▲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UN청소년환경총회' 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세계 각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결의안 수정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지하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되, 아마존처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열대우림이나 주요 수계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따로 집중 관리하는 내용을 결의안에 추가합시다." (중국 대표)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들이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데 선진국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베네수엘라 대표)
18개국을 대표해 모인 청소년들이 각국의 국익과 지구촌의 생태계 보전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여느 국제 외교 무대 못지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2026 UN청소년환경총회' 본 총회 현장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에코나우,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공동 주최한 이번 총회의 공식의제는 '기후위기와 물'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총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인도, 페루, 케냐, 가나, 라이베리아, 파키스탄 등 전 세계 18개국을 대표하는 300여 명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유엔 회원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맡아 기후위기 속 물 자원 문제의 해법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모색했다.
중학생들이 모인 담수생태계위원회는 기후위기 속 깨끗한 담수(민물)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고등학생들이 모인 해양생태계위원회는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자협력 방안을 안건으로 다뤘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UN청소년환경총회' 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배정받은 국가의 명패를 들고 모의 UN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회의장에서는 결의안의 단어 하나, 조항 하나를 두고도 양보 없는 토론이 계속됐다.
해양생태계위원회의 지표수·해양 모니터링 데이터 공유 조항 논의에서, 말레이시아 대표는 “데이터 공유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표가 동의를 표하며 “해수 온도 변화와 영양염류 증가 등 국가별 사정을 고려한 데이터 공유 요청으로 조항을 수정하자"고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군소 도서국을 대표한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몰디브 대표는 “해조류 대량 번성 문제뿐만 아니라, 군소 도서국의 해안선을 지켜주는 산호초의 백화 현상 조기 대응이 시급하다"며 “실시간 감시 및 정보 공유 협력 체계 구축을 결의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식회의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의장단은 비공식 회의를 선언했다. 명패를 들고 일어선 학생들은 회장 뒤편에 모여 삼삼오오 머리를 맞댔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도서국으로 나뉜 학생들은 국가 간 자본·기술격차를 고려한 녹색기후기금(GCF) 활용 방안과 기술 이전 인프라 구축 방안을 두고 긴밀한 협상을 진행했다.
페루 대표단으로 참가한 한 학생은 “처벌이나 규제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UNEP과 녹색기후기금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해양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조항이 함께 담겨야 현실적인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UN청소년환경총회' 폐회식에서 글로벌대표단의 '액션플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현진 기자
이날 폐회식에서는 반기문 제8대 UN사무총장의 기조연설과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의 폐회사가 진행됐다. 이어 △전문가와 함께하는 '에코리더스패널토크' △글로벌대표단의 '액션플랜' 발표 △UN SDGs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구체적 행동 계획을 담은 글로벌 대표단의 '액션플랜' 발표에서는 각국 실정에 맞춘 구체적인 물 위기 극복 방안과 청소년들의 당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르웨이 대표 강선우 동탄국제고 1학년 학생은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노르웨이의 전통 '두그나드(Dugnad)' 정신을 소개하며 “노후 수도관 점검과 전문 인력 양성, 해수 담수화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위기 속 물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티 대표 조민서 외대부고 1학년 학생은 숲의 96%를 잃어 해양 생태계까지 질식하고 있는 아이티의 현실을 지적하며 “'나부터 시작하자'는 작은 마음들이 모일 때 맹그로브 숲 복원과 지구촌 물 위기 극복이라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참가 학생들은 청소년을 단지 미래세대로만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에 대해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강선우 학생은 “청소년은 항상 '미래 세대'로 소개되지만, 우리는 어른들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 세대'"라며 “기후위기 정책을 수립할 때 청소년의 목소리를 훗날로 미루지 말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존중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전 프로그램과 이틀간의 본 총회를 거쳐 도출된 청소년 대표단의 결의안과 액션플랜은 향후 주요 국제기구 및 정부 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총회가 끝난 후에도 일상 속 에코라이프 실천을 공유하는 '플러스100 온보딩챌린지'를 오는 10월까지 이어간다.
이번 총회 공동조직위원장인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물 없이는 첨단 기술도 작동할 수 없듯, 물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이번 총회를 통해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세계를 바꾸는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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