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의 가격은 올리고, 발전소가 몰린 지방의 가격은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하고 송전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얼핏 보면 에너지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요금제 설계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수요공급 메카니즘과 가격결정 원칙과 거리가 멀다. 도매가격 산정의 불투명성, 지역 구분의 임의성,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 송전망 건설 책임의 공백. 이 네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요금제는 '정치요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첫째, 도매가격 선정이 불투명하다. 현행 도매시장은 가격을 시장이 아니라 행정이 만든다. 발전사를 변동비 순서로 계통한계가격(SMP)이 정해지는 변동비만을 기반하여 만든 한시적인 CBP 구조이고 강제풀 시장이다. 현재 SMP는 전국 단일가격이라 계통 혼잡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진짜 시장이라면 조류 분석을 통한 도매 지역 구분을 통하여 노드별 가격제를 채택해야 한다. 수요 공급의 구역이 어딘지 도매시장의 입장에서 명백한 구분이 필요하고 그러한 기반으로 지역의 도매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실제 최종 정산을 좌우하는 것은 정산조정계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원전과 석탄 같은 저비용 전원은 SMP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정산되는 등, 거래 가격과 정산 가격이 이원화된 구조를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산정 근거와 산출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LMP 전환 역시 같은 우려를 낳는다. 가격 산정 로직과 시뮬레이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지역 간 가격 차이는 논쟁과 갈등의 빌미가 될 뿐이다.
둘째, 소매 지역 구분이 임의적이다. 애초 수도권·비수도권·제주의 3분할 방안이 반발에 부딪히자, 급하게 인천을 경기북부로 묶고, 경기 남부는 가장 비싼 지역으로 따로 분리해 내고, 강원과 충청을 묶고, 영호남을 묶는 정치적 묘수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럴 만하다. 전력 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지역을 하나로 묶는 논리적 기준이 없다. 정부는 권역을 잘게 쪼개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현행 4권력 방식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 행정 구분은 전력의 조류 분석과 아무 상관이 없고 소매 시장도 전기의 수요공급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으로, 몇 개 권역으로 나눌 것인가. 계통 혼잡도, 전력 자립도, 지방 낙후도 등을 고려 했다지만 여전히 그 차별화는 지역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하고 전력만으로 지역 이전을 강요하는 인센티브로도 여전히 미약하다.
셋째,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이 의문이다. 이 계수는 애초 저비용 발전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려던 장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전사별로 다른 계수가 적용돼 '같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다른 가격'을 받는 구조가 고착됐고, 연 1회 행정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의 공정성은 계속 지적되어 왔다.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한 개로 통합되면 막강한 발전사의 사업에 정산조정계수를 통하여 안전판 위에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인상은 모조리 사횢거 비용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보는 몇몇 민간 LNG 발전사는 계수 적용 대상에서 빠져 LMP 도입 시 도매가격 하락을 수익성 악화로 그대로 맞을 처지다. 시장원리에 따라 각자 정산받게 하려면 그 전제인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먼저다.
넷째, 송전망 미건설의 책임 공백이다. 지역요금제의 존재 이유는 송전 혼잡이다. 그런데 우리의 혼잡 상당 부분은 자연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결과다.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 건설이 지연됐고 동해안의 석탄과 남해안의 재생에너지는 송전혼잡의 피해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한전은 송전망 독점 사업자다. 그런데 송전망 건설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절반 이상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에 발전소가 있지만 송전망도 지방을 지나간다. 주민 수용성 갈등을 방치해온 정부·한전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요금 차등으로 혼잡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의 역전이다. 송전망 적기 건설을 위한 보상·협의 제도 개선을 지역요금제 도입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송전망 건설의 비용은 결국 혼잡 비용에서 나와야 하고 그 비용은 송전망 혜택을 보는 수도권 소비자이어야 할 것이다. 건설 미비의 책임과 미비의 혜택이 불균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고 정치권이 책임져야할 것을 방기한 상황이다.
지역요금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전력수요 급증이 맞물린 전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다. 시장 감시 기구의 독립성 강화 역시 이 투명성의 전제 조건이다. 다만 이 네 가지 흠결을 안고 출발해서는 안 된다. 가격 산정의 투명성, 권역 설정의 과학성, 정산의 공정성, 그리고 송전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담보될 때, 지역요금제는 비로소 국토 균형과 에너지 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미래의 제도가 될 것이다. 에너지는 정치의 도구화 되고 정치적 비합리적 요금 체계의 개편은 미래 소비자의 부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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