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국채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맞물린 영향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과 호주 국채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선을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지난달 중순 5.34%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총 55거래일 동안 5%를 웃돈 채 장을 마감했다. 연간 기준으로 30년물 금리가 5% 이상에서 마감한 날이 이처럼 많았던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그 결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 세계 채권금리는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3.7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지수는 지난해 6.8%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9%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 영향이다.
최근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 글로벌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워시 의장의 연설 이후 기존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새롭게 전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채권금리 추이(사진=블룸버그)
일본에서도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92%로 반영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물가 지표가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올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츠의 이다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에서 “시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기 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고, 그 수준도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마켓라이브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주요 10개국(G10) 채권 트레이더들이 일본 국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호주 국채도 미국 국채 못지않게 일본 국채 흐름의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고 있다"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전반에서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흐름만 놓고 봐도 채권시장에 대한 압박이 당분간 완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채권 지수는 9월과 10월에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두 달 모두 평균적으로 1% 넘게 하락했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아시아·태평양 금리 전략가는 “채권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정책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시장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정건전성 악화와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 계속 시장의 핵심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매도세가 오히려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장기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 민감한 만큼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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