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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K는 왜 포도밭을 이렇게 알뜰살뜰 챙기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21 06:00

SK가 소유하고 SK가 홍보하는 ‘포도밭’ 문화복지 맞나
계열사 소유·총수 인연 얽혔는데 관람 비용은 어디서

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문화복지'는 좋은 말이다. 회사가 구성원의 일상에 여유를 더하고, 선택지를 넓혀주는 일처럼 들린다. 그런데 SK의 문화복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길이 자꾸 한곳으로 모인다. 포도뮤지엄, 그리고 그 연계 전시 공간인 선혜원이다.


지난달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사전예약 공지가 올라왔다고 한다. 최근 SK 관계자를 사석에서 만나 들은 얘기다. 모나 하툼, 최성임, 김윤수 작가의 작품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옥 공간 '선혜원'에서 9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주관은 SK, 전시기획은 포도뮤지엄이다. 포도뮤지엄에서 지난해 8월 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전시도 그중 하나였다.


2024년 12월 “포도뮤지엄과 함께하는 제주 아트 여행", 2025년 3월 “선혜원의 시작, 소선을 가다", 지난해 8월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2.0" 사전예약, 2026년 2월 “포도를 따라 걷는 힐링 로드"까지, SK 구성원을 겨냥한 포도뮤지엄·선혜원 관련 사내 공지가 최소 네댓 차례 이상 반복됐다고 한다. 매번 문구는 비슷했다. “구성원 여러분을 위한 특별한 혜택", “놓치지 마세요." 내부에선 “인원이 안 채워져 임직원으로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이 밭을 왜 하필 이렇게 알뜰살뜰 가꾸는지는 지분 구조를 보면 짐작이 간다. SK㈜는 2019년 ㈜휘찬 지분 100%(3359억원)를 경영참가 목적으로 취득했고, 휘찬은 미술관·박물관업이 주업이다. 포도뮤지엄을 실제 운영하는 곳이 이 휘찬이고, 개관 때부터 총괄디렉터를 맡아온 이가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다. 즉 이 공간은 “SK 100% 자회사가 직접 운영하고, 총수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이 계속 총괄해온 미술관"이다.


계열사가 소유하고, 그 계열사가 총수의 사적 관계에 있는 인물의 활동무대를 운영하는 밭이라면, 그곳에 임직원을 초대하는 어떤 프로그램이라면, 다른 어떤 복지보다 더 투명한 절차와 회계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 분기 공시상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나온다. 임직원 관람 비용을 누가, 어떤 명목으로 부담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포도밭은 누군가 심고, 누군가 가꾸고, 정작 수확철이 되면 다른 사람들을 불러다 열매를 따게 하는 곳이다. 씨 뿌린 사람과 수확하는 사람이 다른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 포도밭은 씨를 뿌린 곳도 SK고, 밭을 가꾸는 곳도 SK고, 수확철에 “열매가 남는다"며 사람을 불러 모으는 쪽도 SK다. 이 정도면 문화복지가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포도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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