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은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허만섭 교수와 함께 연중기획으로 '청년공감' 코너를 운영합니다. 대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은 다양한 '시대공감'을 청년의 시각과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편집자주>
▲어두운 방 안에서 스마트폰 속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바라보며 깊은 고독과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의 모습. 이미지 = 제미나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데, 스마트폰 화면이 꺼지는 순간이 유독 외롭게 느껴져요."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주말 저녁이면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창을 들여다본다. 수백 명의 팔로워와 일상적인 대화와 농담을 주고받고, 친구들의 게시물에도 댓글을 남긴다. 화면 속 최씨의 모습만 보면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화가 하나둘 끊기는 새벽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씨는 “온라인에서는 수십 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순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SNS에서의 관계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현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시대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실제 만남과 정서적 유대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낀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좋아요' 숫자에 흔들리고…남들과 비교하며 커지는 소외감
대학생 박모 씨(20)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부터 확인한다. 지인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을 살펴보고 밤사이 자신의 게시물에 어떤 반응이 달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박씨는 “밤사이 올린 사진의 좋아요 수가 생각보다 적으면 순간적으로 모든 연결이 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사람도 많고 게시물도 많은데 오히려 그 안에서 혼자 겉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 속 세상은 계속 북적거리는데 그 흐름에 끼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단순히 외롭다는 것보다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타인의 일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임모 씨(26)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켰다가 대학 시절 함께 지냈던 동기가 사원증 사진을 올린 것을 봤다. 게시물에는 축하 댓글이 잇따랐다.
임씨는 “친했던 친구가 취업했다는 사실을 축하해줘야 하는데, 그 순간에는 오히려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댓글을 달지 않고 바로 앱을 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SNS 사용을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또 다른 불안감이 찾아왔다.
임씨는 “친구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요즘 어떤 것이 유행하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 오히려 사회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SNS를 보면 비교하게 되고, 안 보면 세상에서 나만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숏폼 속 화려한 일상…“내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져"
SNS의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도 청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지만, 타인의 소비와 여행, 여가생활 등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만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20)는 손님이 뜸한 시간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본다. 짧은 영상들을 넘기다 보면 인플루언서들의 해외여행이나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씨는 “새벽에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을 계속 보다 보면 밤새 일해서 버는 내 시급과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너무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깐 재미로 보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보고 나면 기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모 씨(여·20) 역시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마다 SNS를 찾는다. 재미있는 숏폼이나 게시물을 보면서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SNS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회가 커진다고 했다.
이씨는 “공부가 안 될 때마다 SNS를 켜는데, 한참 보고 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내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스마트폰을 끄고 나면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SNS 사용과 우울감, 연구에서도 연관성 나타나
SNS 사용과 청년층의 우울감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2025년 우울증 및 정신질환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113만8230명으로 2021년 91만785명보다 약 25% 증가했다.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이 18~30세 97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SNS 이용과 우울 증상의 관계를 추적한 연구에서도 SNS 사용량과 우울 증상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하루 SNS 사용 시간이 많은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SNS 사용 자체가 우울증을 직접 발생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성향이나 기존 정신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SNS 사용이 많은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교'와 '시간 낭비에 대한 후회', '현실과 온라인 사이의 괴리감'이었다.
SNS를 하루 200분 이상 이용한다는 대학생 권모 씨(20)는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지만 화면을 끄고 나면 현실에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사람들과 계속 연결돼 있었는데도 정작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친한데 실제로 만나면 할 말 없어"
SNS에서의 관계와 현실의 관계 사이에 차이를 느낀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대학생 안모 씨(20)는 SNS에서 상당한 수의 인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힘든 일이 있을 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안씨는 “SNS에서는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던 사이인데도 막상 실제로 만나면 서로 할 말이 없을 때가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눈앞에 있으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관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현실에서의 사회적 관계나 정서적 지지가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SNS에서는 친구들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DM도 계속 주고받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라며 “온라인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과 이야기해도 직접 만날 사람이 없을 때면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결은 늘었지만…청년들의 '관계 피로' 커져
SNS는 청년들에게 분명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멀리 떨어진 친구와 일상을 공유할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관심 있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수처럼 관계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타인의 반응에 자신의 가치를 대입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취업과 여행, 소비 등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는 일도 반복된다.
결국 청년들에게 SNS는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인 동시에 비교와 관계에 대한 피로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백 명의 팔로워와 대화하고 수많은 게시물을 접하는 동안에도 정작 스마트폰 화면을 끄는 순간 고독을 느끼는 청년들. SNS 시대의 청년 고독은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외로움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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