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는 광주 군공항 일원. 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광주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의 움직임이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관심의 범위도 광주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반도체 공장만 세운다고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전력과 용수, 소재·부품, 연구개발, 인력, 물류를 주변 지역과 어떻게 나눠 맡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와 화순, 무안과 목포, 남쪽의 해남까지 이어지는 산업축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광주 250만평, 서남권 반도체의 출발점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광주 군공항 일원. 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남권 반도체 구상의 출발점은 광주로 모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부지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하면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요를 반영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기업지원 기능 등을 집적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가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주거와 교육, 문화, 교통 등 정주 기능까지 갖춘 기업형 첨단도시를 함께 조성하는 구상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산업단지와는 다른 형태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공장 부지만 확보한다고 반도체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제조공정에 필요한 용수도 확보해야 한다.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가 제때 들어와야 하며 전문인력 확보와 물류망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광주 밖의 도시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주, 전력과 연구개발의 배후축으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자리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제공=한국전력공사
광주 반도체 산업을 떠받칠 자원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전력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광주 국가산단 조성과 함께 서남권 전력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나주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지역으로 거론된다.
빛가람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자리하고 있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에너지 연구와 인재 양성 기반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광주 반도체 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신장성변전소 등을 활용한 송전망 구축 방안도 검토되면서 광주와 나주의 에너지 연계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전남 곳곳에서 생산되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산업용 전력과 연결하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나주의 역할은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화순에 놓인 가장 현실적인 과제 '물'
▲광주·전남의 주요 수자원인 화순 동복호 전경. 제공=화순군
전력과 함께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가 용수다.
반도체 제조공정에는 대규모의 물이 필요하고, 생산시설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중단 없는 용수 공급체계가 요구된다.
화순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동복댐이 자리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동복댐을 활용해 광주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화순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물 공급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댐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기존 댐 하류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는 방안까지 함께 살펴보는 등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용수 확보가 단순한 산업 인프라 사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복댐은 광주와 화순의 상수원과 연결돼 있고 과거 댐 건설 과정에서 수몰 피해를 겪은 지역인 만큼 추가 개발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과 환경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물을 확보하면서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까지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무안, 광주와 서남권을 잇는 산업 거점으로
광주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광주 안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소재와 장비가 외부에서 들어오고 생산된 제품은 국내외 시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반도체와 관련한 협력업체들이 들어설 공간 역시 필요하다.
무안 국가산단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무안군 현경면 일원 약 105만평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무안공항과 철도 등을 연계한 산업·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이 제시되면서 광주와 무안을 하나의 산업권으로 바라볼 여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 군공항 이전과 무안 국가산단 조성이 맞물리면서 두 지역의 산업적 연결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무안 국가산단이 향후 어떤 업종을 중심으로 채워질지는 산업단지계획과 기업 유치 과정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광주에 집중되는 생산기능과 무안의 산업·물류 기반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목포는 생산보다 '연결'에서 역할 찾아
목포는 광주나 무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산업벨트에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나 국가산단을 직접 유치하는 것보다 서남권의 산업과 외부 시장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기능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와 장비의 이동이 빈번하고 생산된 제품 역시 국내외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만큼 도로와 철도, 공항과 항만이 하나의 물류망으로 연결돼야 한다.
무안공항과 목포권의 교통·항만 기반을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와 어떻게 묶느냐가 향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특히 광주와 무안에 각각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두 지역을 잇는 도로와 철도망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커질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물류 분담 구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발생하는 산업적 효과를 서남권 전체로 확산시키려면 목포권의 연결 기능 역시 빼놓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해남에서는 반도체와 맞물릴 AI 산업 움직임
▲해남 솔라시도에 조성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조감도. 제공=삼성SDS
서남권 산업축의 남쪽 끝에서는 AI가 새로운 연결고리로 등장하고 있다.
해남 솔라시도에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서면서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지난 8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2028년까지 AI 반도체 1만5천장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조5천억원 규모로, 삼성SDS 컨소시엄이 구축과 운영을 맡는다.
해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재생에너지다.
솔라시도 일대의 재생에너지 기반과 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구상이 추진되면서 전력 소비가 큰 AI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결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AI는 서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AI의 연산능력 역시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반도체 생산 기반이 확대되고 해남에서 이를 활용하는 AI 인프라가 성장한다면 서남권 산업의 연결 범위 역시 넓어질 수 있다.
각 지역의 자원 하나로 묶을 수 있나
이렇게 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 지역만의 사업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광주는 생산시설과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움직이고, 나주는 에너지와 연구개발·인력 기반을 뒷받침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화순은 용수 확보라는 중요한 역할을 놓고 해법을 찾고 있으며, 무안은 국가산단과 공항·철도를 활용한 산업·물류 거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목포는 항만과 교통망을 통한 외부 연결 기능, 해남은 AI 컴퓨팅과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산업축으로 각각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모든 그림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광주 반도체 국가산단은 후보지 지정 이후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전력망 구축과 용수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역시 국가산단 조성과 맞물려 있어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무안과 화순 역시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적지 않다.
광주에서 해남까지, 새로운 산업지도 그려질까
그럼에도 지금까지 서로 다른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광주·전남의 도시들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산업을 매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광주에서 생산하고, 나주에서 전력과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며, 화순에서 용수를 확보하고, 무안과 목포를 통해 산업과 물류를 연결하고, 해남에서 AI와 재생에너지로 확장하는 그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역할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리느냐에 있다.
공장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부터 전력과 물, 연구개발, 인력, 물류, AI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질 경우 광주·전남의 산업지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각 지역의 사업이 따로 움직인다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역 전체가 얻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서남권 반도체의 핵심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느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주에서 해남까지 하나의 산업권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반도체의 길이 나주와 화순을 거쳐 무안·목포로 이어지고, 다시 해남의 AI와 재생에너지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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