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불화화합물이 임신부를 거쳐 태아로 전달되는 경로. (자료=챗GPT)
국내 임산부와 태아 체내에서 기존 규제 대상 과불화화합물(PFAS)뿐만 아니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도입된 대체 과불화화합물(Replacement/Alternative PFAS)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일부 대체 물질의 노출 농도는 해외 선행 연구 수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체재와 전구체 물질 역시 산모의 태반을 쉽게 통과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환경 보건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고영림 교수팀과 서울대 병원, 서울대 보건대학원(최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환경 과학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국내 최초 산모-태아 4대 생체 시료 동시 추적
연구팀은 2016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대 병원 '이상적인 모유(IBM)' 코호트에 등록된 단태아 임산부-신생아 151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단일 혈액 시료 분석에 의존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모의 혈청, 혈장, 소변, 그리고 출산 시 채취한 탯줄 혈액(제대 혈청) 등 총 4가지 생체 시료를 짝을 이뤄 분석하는 '다중 생체 시료(Multimatrix) 바이오모니터링' 기법을 도입했다.
분석 대상 물질은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불화옥탄산(PFOA) 등 기존 규제 화합물(Legacy) 20종과 생체 내에서 PFAS로 변환되는 전구체(Precursor) 9종, 그리고 규제 대체재로 개발된 대체 PFAS 4종(9Cl-PF3ONS, 11Cl-PF3OUdS, HFPO-DA, ADONA) 등 총 33종이다.
▲실험 과정을 나타낸 그림. PFCA(과불화카르복실산)는 과불화화합물(PFAS)의 한 종류다. (자료=Environmn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오염 원인 및 인체 노출 경로: 규제망 피한 '대체 PFAS'의 부상
PFAS는 1940년대 테플론(PTFE) 개발 이후 열·화학적 안정성과 물, 기름, 오염을 튕겨내는 특성 덕분에 조리기구 코팅,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소화약제 등 산업 및 소비재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인체 노출은 주로 오염된 음용수 및 음식물 섭취, 실내 먼지 흡입, 피부 접촉을 통해 발생하며, 코팅제 등에 쓰인 PAPs 등 전구체 화합물이 체내 흡수 후 생체 변환을 거쳐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2009년 스톡홀름 협약을 시작으로 PFOS, PFOA,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등 기존 장쇄 PFAS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산업계가 규제를 받지 않는 대체 PFAS(9Cl-PF3ONS, 11Cl-PF3OUdS, ADONA 등)를 대량 도입했다는 점이다.
◇대체 PFAS 노출 수치, 아시아 타 임산부 코호트 웃돌아
연구 결과, 산모 혈청과 혈장에서는 PFOA, PFNA, PFDA 등 장쇄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 PFAS인 '9Cl-PF3ONS'와 '11Cl-PF3OUdS' 역시 분석 시료의 70% 이상에서 검출됐다.
특히 대체재인 9Cl-PF3ONS(혈청 중앙값 mL당 0.96 ng(나노그램, 1ng=10분의 1g)와 11Cl-PF3OUdS(0.03 ng/mL)의 산모 혈청 농도는 기존 아시아 임산부 코호트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각각 0.63 ng/mL, 0.01 ng/mL)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국내에서 규제 이후 대체 물질 사용이 대폭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대체 PFAS인 9Cl-PF3ONS(태반 통과율 0.445)와 전구체 물질인 6:2 diPAP(탯줄 혈청 중앙값 4.46 ng/mL, 태반 통과율 1.371)는 산모 체내에만 머물지 않고 태반을 효율적으로 통과하여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료별 배설·결합 특성 차이 규명
다중 시료 분석을 통해 체내 동태 특성도 명확히 밝혀졌다. 단백질 결합력이 높은 장쇄 PFAS는 혈액(혈청·혈장)에 축적되는 반면, 사슬이 짧은 단쇄 PFCAs(PFBA, PFPeA, PFHxA)는 신장을 통해 빠르게 배설되어 소변에서 주로 검출됐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흔히 혼용되어 온 산모의 '혈청'과 '혈장' 시료를 비교한 결과, 응고 단백질(피브리노겐 등) 존재 여부에 따라 PFDA, PFUnDA, PFTrDA, L-PFOS, 9Cl-PF3ONS 등 11개 화합물의 측정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달랐다.
연구팀은 두 시료를 상호 교체해 비교해서는 안 되고, 연구 간 비교 시 일관된 시료 매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 및 본 연구에서 보고된 과불화카르복실산(PFCA)의 태반 통과율. (자료=Environmn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조산 위험성 및 신생아 머리 둘레 영향… 성별 감수성 차이 관찰
연구팀은 PFAS 노출이 산모 및 태아의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산모 혈청 내 PFOA 및 Br-PFOS 농도가 높을수록 조산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신생아 머리 둘레 감소도 화인됐다. 산모 혈장 내 대체 PFAS(11Cl-PF3OUdS) 농도는 신생아의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여아의 경우 산모 혈청 L-PFOS 및 탯줄 혈청 9Cl-PF3ONS 농도가 높을수록 머리 둘레가 감소하는 것으로나타났다. 남아의 경우 소변 내 ADONA 농도가 머리 둘레 감소와 연관되는 등 성별에 따라 반응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PFAS 노출이 출생 체중 감소, 내분비 및 면역계 교란, 신경발달 영향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존 독성학·역학 연구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임신부 혈액 속의 과불화화합물은 임신 중은 물론 출산 후 모유를 통해서도 신생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자료=챗GPT)
◇“대체재 관리 및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급"
연구팀은 기존 규제 물질에만 집중된 단일 시료 모니터링 방식으로는 신종 화학물질의 인체 노출 위험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PFOA나 PFOS 같은 기존 PFAS 규제 이후 도입된 대체 물질들 역시 임산부 체내에 축적되고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기존 규제 화합물뿐만 아니라 대체재 및 전구체에 대한 신속한 독성 평가와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정확한 위험 진단을 위한 '다중 생체 시료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함께, 신생아 성별에 따른 맞춤형 위험 평가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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