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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우리은행, AI·전문인력으로 막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2 14:28

금융사기 피해액 3년 새 3배
2025년 2조3755억원

우리銀, 경찰 출신 전문가 영입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 25명 운영
FDS로 송금 전 차단

“AI 금융사기, AI로 잡는다”
통신정보 결합해 탐지 고도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2일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2일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스마트폰으로 타인에게 접근하기 쉬워진 데 이어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범죄 조직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금융권은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앞세워 선제 대응에 나섰다.


12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응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경찰 출신 전문가를 영입한 데 이어 AI와 통신정보를 결합한 탐지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 “범죄도 산업화"…피해액 3년 새 3배↑

국내 금융사기 피해현황

▲국내 금융사기 피해현황.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2025년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범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조직이 분업화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전 수석은 “예전에는 하나의 조직이 사람들을 유인하고 개인정보를 확보해 가짜 사이트를 만들고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일까지 직접 했다"며 “지금은 개인정보와 피싱 앱 등을 돈을 주고 사거나 자금 세탁을 외부에 맡기는 식으로 분업화됐다"고 설명했다. 범죄에 필요한 수단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범죄에 뛰어들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범죄 조직의 해외 분산도 추적과 검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 수석은 “범죄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은 21세기인데 검거 체계는 오히려 19세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가마다 다른 법체계와 국경으로 인해 해외 조직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과 리커버리 스캠(Recovery Scam) 등 신종 사기도 확산하고 있다. 피그부처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메신저로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리커버리 스캠은 기존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찾아주겠다며 다시 돈을 요구하는 2차 사기다.


금융사기범죄 패러다임 전환

▲금융사기범죄 패러다임 전환.

우리은행은 이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전 수석을 영입했다. 전 수석은 보이스피싱 1세대 조직인 '김미영 팀장' 조직의 운영진 검거와 해외 조직 수사 등을 이끈 인물이다. 현재 전담부서에는 2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경찰 등 외부기관과의 협력과 금융사기 예방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전 수석은 전담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피싱범들은 평생 피싱만 하지만 금융회사나 공적인 조직은 몇 년 근무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며 “전문성을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이 업무를 오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두고 부서를 전문화해야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송금 뒤엔 회수 어려워"…AI·통신정보로 예방 고도화

우리은행의 금융사기 대응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한 송금 전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FDS가 고객의 금융거래와 기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담당자가 고객에게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이다.


올해 4~8월 FDS가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에 전달한 의심 정보는 639건으로 이 가운데 83건이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도 정보공유 플랫폼(ASAP)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실제 피해 예방 사례도 나왔다. 고객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 계좌로 재이체되는 거래를 포착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서로 맞지 않는 점을 확인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또 검찰 사칭범에게 속아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사려던 고객의 거래도 차단했다.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12일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기 피해 현황과 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12일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기 피해 현황과 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지성 기자

금융사기는 피해금이 일단 송금되면 다수 대포통장으로 분산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회수가 쉽지 않다. 실제 우리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율은 22% 수준이다. 사후 환급보다 송금 전 위험징후를 발견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전 수석은 “송금이 이뤄진 뒤에는 사실 돈을 찾기가 거의 어렵다"며 사전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거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바로 정지한다"며 “정지하지 않으면 30분에서 1시간 안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판단이 서면 즉시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탐지체계 고도화도 추진한다. 우리은행은 LG유플러스와 금융·통신정보의 실시간 연계를 완료했다. 통신사가 자체 기준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은행에 전달하면 이를 금융거래 정보와 함께 분석하는 방식이다.


금융사기예방 장기로드맵

▲우리은행의 금융사기예방 장기로드맵.

오는 11월에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사기 유형과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탐지 시나리오 수립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전 수석은 “사람에게는 기억력과 기록의 한계가 있지만 AI는 데이터를 저장해 활용할 수 있다"며 “AI를 활용한 금융사기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AI를 활용해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금융사기 예방 전담팀 신설도 추진한다. 전 수석은 “현재 자신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담팀을 통해 탐지·분석 업무를 표준화하고 전문인력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위험 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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