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학회, 생애주기별 '근시관리 원칙' 제시
근시 발생 전 야외활동이 발병 줄이는 데 효과적
고도근시 관련 망막·황반·시신경 합병증 주의를
스마트폰·태블릿PC, 근시 발생 증가의 주요 원인
▲근시는 한 번 안경을 맞추거나 시력교정 시술을 받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성장기부터 성인기까지 계속 살펴야 하는 눈 건강의 문제이다. 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가 외래진료에서 근시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근시의) 시작을 늦추고 → 진행을 줄이고 → 평생 지킨다.'
대한안과학회가 제56회 눈의 날(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을 맞아 생애주기별 근시관리 원칙을 제시하며 “근시 관리는 평생 눈 건강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안과학회는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근시 관리, 평생 눈 건강의 시작입니다' 주제로 발표하면서 “근시를 한 번 안경을 맞추거나 시력을 교정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성장기부터 성인기까지 계속 살펴야 할 눈 건강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소아·청소년기에는 근시의 시작을 늦추고, 이미 근시가 생겼다면 진행 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재웅 홍보이사(조선대병원 안과 교수)는 “야외활동의 효과를 근시가 생기기 전과 이미 근시가 시작된 뒤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습관 가운데 근시의 시작을 늦추는 효과가 가장 일관되게 확인된 것은 충분한 야외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생긴 근시의 경우에는 진행을 생기기 전과 같은 정도로 늦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고 이사가 소개한 중국 광저우 연구에는 12개 초등학교 1학년 1903명이 참여했다. 근시 발생률은 연구를 시작할 때 근시가 없던 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학교 수업일마다 야외활동을 40분 추가한 시험군의 3년 누적 근시 발생률은 30.4%로, 대조군 39.5%보다 9.1%포인트 낮았다. 대조군 발생률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3% 감소한 수준이다. 연구 결과는 2015년 9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됐다.
고 이사는 이 결과가 하루 40분의 야외활동이면 충분하다거나, 이미 근시가 생긴 어린이의 진행 속도를 23% 늦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짚었다. 근시가 생기기 전에는 생활 속에서 가능하면 하루 약 2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이미 근시가 시작됐다면 야외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근시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굴절교정수술 뒤에도 수술 전의 고도근시 병력은 변하지 않아
안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근시는 현재 안경 도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소아는 조절력이 강해 검사 상황에 따라 실제보다 근시가 심하게 측정될 수 있다. 정확한 굴절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조절마비제를 점안해 조절을 일시적으로 억제한 뒤 굴절도를 측정하는 조절마비굴절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굴절교정수술(시력교정술)을 받은 뒤 시력이 좋아졌더라도 수술 전 고도근시였다면 이후 눈 건강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유정권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가 근시 환자의 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라식이나 라섹, 안내렌즈삽입술 등 굴절교정수술(시력교정술)을 받은 뒤 시력이 좋아졌더라도 수술 전 고도근시였다면 이후 눈 건강 관리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정권 기획이사(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없이 잘 볼 수 있지만, 이미 길어진 안축장과 근시안의 구조적 특성까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굴절이상을 교정하는 치료가 이미 길어진 안축장을 원래 길이로 되돌리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안축장이란 눈의 앞뒤 길이를 나타내는 생체계측값이다. 근시가 진행하면서 안축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굴절도 변화와 함께 측정하면 눈의 구조적 변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 이사는 “수술 뒤 안경 도수가 거의 0에 가까워졌더라도 수술 전 근시 정도와 고도근시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술 전 검사자료를 보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도근시는 단순히 안경 도수가 높은 상태에 그치지 않고, 길어진 안축장과 망막·맥락막·시신경의 구조적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근시성 황반병증, 망막열공·망막박리, 녹내장, 백내장 등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유 이사는 현재 시력이 좋고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근시 정도와 안축장, 연령, 가족력, 기존 망막·시신경 상태 등을 함께 살펴 개인 위험도에 맞는 검진 계획을 안과 전문의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눈에 '날파리 증상' 늘거나 커튼처럼 시야 가려지면 진료 필수
근시 관리는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진다. 특히 고도근시가 있다면 갑자기 나타나는 시각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눈앞에 점이나 실오라기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번쩍이는 빛이 반복해서 보이면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망막열공은 망막에 작은 구멍이나 찢어진 부위가 생긴 상태로, 방치하면 망막박리로 이어질 수 있다.
시야 일부가 커튼처럼 가려지는 증상은 망막박리의 경고 신호일 수 있어 즉시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흐려지면 황반부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서 중심시력과 정밀한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다. 갑자기 시력이 떨어졌을 때도 원인을 빨리 확인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새로 생겼다면 예정된 정기검진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학회는 당부했다.
▲제58회 눈의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대한안과학회 임원들. 고재웅 홍보이사, 정종진 홍보간사, 김태임 총무이사, 정재훈 기획간사, 김찬윤 이사장, 배형원 부총무이사, 유정권 기획이사, 최경식 법제이사, 안지윤 부총무이사(왼쪽부터) 사진=대한안과학회
안과학회 김찬윤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은 “근시가 생기기 전에는 충분한 야외활동으로 시작을 늦추고, 소아·청소년기에는 정확한 진단과 진행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진행 억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성인이 된 뒤에는 고도근시와 관련된 망막·황반·시신경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꾸준히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의 근시 관리와 성인이 된 뒤의 눈 건강 관리를 서로 끊어진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안과학회는 학교 시력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학생을 안과 전문의의 정밀검사와 지속적인 관리로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가까운 곳을 보는 작업을 많이 할수록 근시 발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임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근거리 작업이며, 아이들의 학습시간과 근시 도수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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