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청사. 제공=부산시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전재수 부산시장이 이기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미술관 역량 강화와 북항 전시공간 조성, 지역 예술인 중심의 오페라 제작에 힘을 싣기로 했다.
전 시장은 지난 14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업의 중단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월 취임한 뒤 정책점검단과 시민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내린 결론이다. 시민 체감도와 공공성, 재정 지속가능성, 행정 책임성을 기준으로 사업을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퐁피두 분관 건립은 이기대의 자연환경 훼손 우려와 계약의 공공성 부족, 막대한 재정 부담이 중단 이유로 꼽혔다. 이기대는 약 8000만년의 지질 역사를 간직한 국가지질공원이자 시민의 휴식 공간이다. 전 시장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부산이 계약상 보장받는 작품과 권리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립비는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는 약 125억원으로 추산됐다. 시는 경제성 분석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지역 예술계와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사업 검토 과정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전문기관이 추천한 18명으로 구성한 정책점검단은 세 차례 회의와 현장 확인을 거쳤지만 찬반이 갈려 단일 권고안을 내지 못했다. 9월 문화협력위원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고, 조건부 찬성 위원들도 이기대 입지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관광·경제 효과와 도시 브랜드 향상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해외 유명 미술관 유치보다 지역 예술인의 성장과 지역 정체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는 대안으로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미술관과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북항에는 연면적 약 5000㎡, 전시공간 약 3000㎡ 규모의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한다. 부산항만공사(BPA)가 건립해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부산역 뒤편 보행데크가 내려오는 길목의 문화공원 입구에 들어선다. 시는 해양수산부·BPA와 협의해 203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으로 추진했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도 무산됐다. 시는 총사업비 100억원 가운데 40~50%를 기업 기부와 협찬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편성을 앞두고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지역 예술인의 참여와 교육,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협력 방안이 부족하고 공연장과 운영체계의 완성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공연 찬성 응답이 75%였지만, '비용을 줄여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38.1%로 '투자가 크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 36.9%보다 많았다. 문화협력위원회에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역 예술인의 참여를 늘리는 조건으로 찬성한 위원이 64%를 차지했다.
전 시장은 “재원 조달이 계속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연을 확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는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개관 무대를 지역 예술인과 함께 만들기로 했다. 부산 이야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와 국립오페라단 공동 기획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자체 제작과 해외 작품 초청, 국제교류를 병행해 지역 예술인과 무대기술 인력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제작체계도 마련한다. 라 스칼라를 비롯한 세계적 오페라 초청은 공연장 운영이 안정된 뒤 다시 검토한다.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오페라하우스는 2027년 상반기 시설 안전성과 성능을 점검하고 하반기 시범공연을 거쳐 2028년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전쟁 장기화로 대리석 등 내장재 수급이 늦어지면서 공사를 주말까지 이어가고 있다. 시는 개관 페스티벌의 전체 구성을 2027년 상반기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사업 중단 발표 뒤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세계적 문화시설 유치를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와 행정의 연속성을 내세워 전 시장을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을 백지화하며 남구와 이기대의 미래를 걷어찼다"고 주장했고, 박형준 전 시장도 “뒤집기로 부산의 미래는 없다"며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남구 시·구의원들은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으며, 성현달 부산시의원은 시의회 차원의 예산 심의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부산참여연대와 부산환경운동연합, 진보당·조국혁신당 부산시당 등은 사업 중단을 환영했다. 부산참여연대는 15일 성명에서 무리한 사업 추진을 멈춘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기대예술공원 조성계획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은 퐁피두 분관 추진 과정의 행정과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31개 문화예술·시민단체도 두 사업의 중단을 환영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기대난개발퐁피두분관반대대책위는 지방재정법 위반과 공익 침해를 주장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시의 사업 중단으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사업 추진 과정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남아 있다.
전 시장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회가 되고, 시민들에게는 부산에 사는 것이 문화적 자부심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외 유명 문화시설 유치에서 지역 문화예술의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만큼, 북항 전시공간 조성과 오페라 자체 제작체계 구축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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