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AI 관련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형 기술기업들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막대한 부채까지 떠안고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AI 관련 부채성 채무를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는 최근 엔비디아가 투자한 미국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를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들의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코어위브는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 확보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차입에 의존하면서 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이 회사의 부채 규모는 약 500억달러에 달하며 최근 일부 회사채 수익률은 15~16% 수준까지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신용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조달 위험이 코어위브를 비롯한 일부 AI 인프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의 마크 하비브 디지털 인프라 부문 총괄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채가 더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부채가 보고되지 않았다면 하이퍼스케일러의 공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또한 이러한 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거래에 대해 우리가 신용등급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해당 채무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비브 총괄은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소규모 AI 기업에 자금을 보증하는 이른바 '상호 연결된 금융 구조'에 대해서 지적했다. 이들이 직접 차입한 금액 외에도 향후 부담해야 할 잠재먹 채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오라클, 메타플랫폼, 스페이스X 등 미국의 6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와 기타 AI 관련 설비투자에 7조달러(약 9000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잉여현금흐름도 적어도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비브 총괄은 최근 AI 관련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당장 주요 기술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S&P 글로벌은 지난 7월 과도한 AI 투자 지출과 불확실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강등한 바 있다.
하비브 총괄은 최근 AI 인프라 관련 채권의 매도세가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신용등급보다 더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신용등급을 변경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S&P의 신용등급은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AI 투자 규모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면 이러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비브 총괄은 “그러한 상황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AI 기업들의 투자가 추가로 늘어나거나 기업 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져 매출 증가세에 대한 전망이 악화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용등급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AI 투자에서 기대했던 수익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을 꼽았다.
▲소프트뱅크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이처럼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채 위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실제로 높아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432bp(1bp=0.01%포인트)로 상승해 2022년 11월 초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 400bp를 돌파한 이후 일주일 만에 30bp 넘게 상승한 것이다.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배경에는 AI 분야에 대한 투자와 미국 대형 보안업체 얼라이드 유니버설 인수 가능성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어위브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샤론 첸 신용분석가는 소프트뱅크의 2027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최소 60억달러(약 8조원)의 현금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AI 투자까지 이어질 경우 자금조달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월 기록한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한 상태다. 이날에는 장중 6% 넘게 하락했다.
결국 코어위브의 자금조달 불안이 부각된 이후 AI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막대한 투자 규모와 매출 성장 가능성에 집중했던 시장의 관심이 이제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 AI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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