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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삼성 겨눈 공정위의 이상한 뒷북 칼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28 08:04

2주 만에 고치고 소송도 끝난 광고에 과징금 201억원
법원 판단과 엇갈린 제재…때 놓친 칼 집행 아닌 뒷북

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김하나 에너지경제 기자


조선시대 형장의 망나니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춤부터 췄다. 입에 머금은 술을 칼날에 뿜고, 칼을 돌리며 형장을 몇 바퀴 돈다. 형 집행에는 필요 없는 몸짓이다. 그 칼춤은 죄인이 아니라 구경하는 이들을 향했다. 그래도 망나니의 칼춤에는 순서가 있었다. 죄인이 형장에 끌려 나와 있을 때 춤을 췄다. 형이 끝나고 죄인이 풀려나 형장이 텅 빈 뒤에 홀로 칼을 돌리는 망나니는 없었다.


그런데 주병기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일을 했다. 공정위는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광고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매겼다. '고사양 게임도 거뜬하다'고 광고하면서, 게임만 켜면 성능이 묶인다는 사실은 숨겼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광고가 마지막으로 나간 건 2022년 3월이다. 삼성은 그달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풀었고,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그날을 위법 행위가 끝난 날로 적었다. 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은 올해 법원 조정을 받아들이고 공정위 신고마저 거둬들였다. 국내외 소송 8건도 지난달로 모두 끝났다. 죄인이 끌려 나왔던 형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공정위는 그 빈 형장에 4년 반 만에 들어와 201억원짜리 칼을 돌렸다.


이번에 칼을 든 근거도 묘하다. 공정위는 일부 게임 성능이 최대치의 3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조건도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초 대신 장터에 떠도는 소문을 받아 적어 판결을 내린 꼴이다. 법원에서 이미 다툼이 정리된 사안에 다른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무거운 증거가 있어야 한다. 4년 반을 들여 내놓은 근거가 그 정도라면 궁색하다.




죄의 무게도 달아보자. 발열·배터리·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최적화는 세계 모든 제조사의 숙제다. 그 사실을 광고에서 뺀 건 잘못이지만, 죄목의 실체는 기술을 속인 게 아니라 설명을 빠뜨린 것이고, 그마저 2주 만에 스스로 바로잡았다. 이미 고친 잘못에 뒤늦게 201억원의 칼이 내려온다면, 어느 기업이 새 기능을 선뜻 내놓겠나. 기준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기업은 새 기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새 기능을 기다리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럼 칼춤을 출 만큼 죄가 컸는가. 표시광고법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다. 그런데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에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로 추정된다. 명백한 거짓·과장 광고도 자진 종료를 감안해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 곤장 몇 대로 끝날 일에 칼을 뽑아 든 격이다.


국민이 공정위에 칼을 맡긴 건 그 칼이 시장의 진짜 죄를 베어주길 바라서다. 담합을 끊고, 진입장벽을 허물고, 속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칼이다.


지금의 GOS 처분은 이상한 뒷북 칼춤 공연처럼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의 지적처럼 '경제를 살리는 칼'이 아니라 '기업을 잡는 칼'로 비치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 찍히면 4년 뒤에도 형장에 다시 선다"는 수군거림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럴 바엔 칼끝을 거두고 판관석부터 돌아보길 권한다. 빈 형장의 칼춤은 집행이 아니다. 뒷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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