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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몰려온다…'멋진 신세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17 11:14

▲포드 무인차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온다…'멋진 신세계'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자동차를 직접 몰지 않는다. 목적지만 말하면 차량이 알아서 그곳에 데려다 준다.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갈 필요도 없다. 집 앞에서 내리면 차량이 스스로 지정된 곳을 찾아가 정차한다. 주택 역시 휴대전화 한 통이면 온도나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효율도 높여준다.

몸이 아프면 수술도 기계가 대행한다. 실수도 없고, 정밀함이 인간의 손을 넘어선다. 치료비는 당연히 가상화폐로 지불한다. 가상현실 속에 실제와 같은 섹스를 경험하고, 증강현실 속에 현실보다 더 강렬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생산 현장에도 자동화가 심화된다. 무인공장이 등장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를 축으로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체계가 구축돼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한다.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 낸다. 그러니 현장 무재해, 귀족노조, 파업 등은 사어(死語)가 되고 만다.

4차 산업혁명이 달려오고 있다. 이미 우리 곁에는 초기 형태가 다가와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축으로 각종 융합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융합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주도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일상은 물론 산업 전반에 획기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1-2-3차 산업혁명은 세상을 바꿔 놨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물류 혁명을 가져왔고, 전기를 이용한 자동화와 대량생산이 본격화한 2차 산업혁명은 대량소비를 이끌며 규모의 경제를 공고히 다져줬다. 3차 산업혁명은 IT(인터넷)를 기반으로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 도입에 도화선이 됐다.

지금껏 공장자동화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설비는 중앙 시스템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개별 공정에 알맞은 방식을 판단해 실행한다. 모든 산업설비가 각각 인터넷주소(IP)를 갖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기에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구현되려면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상용화, 빅데이터 처리, 스마트물류 보안 등이 그 예다. 표준화 역시 관건이다. 독일-미국은 이미 표준통신에 잠정 합의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채비를 갖췄다. 우리도 이에 뒤질세라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표준통신 마련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에는 그늘도 엿보인다. 일자리 감소가 바로 그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7월 향후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진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도 저서 ‘4차 산업혁명’에서 "이노베이터(혁신가), 투자자, 주주 등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수혜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자본가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인주의 심화와 인간성 상실도 예견된다.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에 탐닉하다 보면 아나로그 인간관계가 거북해지고, 그러다 보면 단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헉슬리는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그런 맹점을 잘 그려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단지 소설 속 세상에 그쳤듯이 헉슬리 예언과 걱정 어린 통찰력이 소설에 그치느냐 여부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사람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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