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재당선으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세폭탄에 따른 수출 전선 타격과 공급망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무역 부담,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전방위 재정 압박 등이 손에 꼽히는 포인트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들은 '2기 트럼프노믹스'가 현실화 된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 미국 대선 영향 및 대응방향, 한미 주요 통상 현안 및 대응계획 등을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후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한다면 세계 무역 판도에 즉각적 변화가 초래되는 가운데 수출 주도 한국 경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현재도 높은 대중 관세 장벽을 더욱 높이고, EU·캐나다·한국 등 핵심 동맹에까지 보편 관세를 매겨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이다. 한국은 직접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관세 전쟁으로 무역에 타격을 받은 중국 등 제3 국가로 수출도 감소하는 다층적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정보기술(IT) 품목에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면 중국 현지로 반도체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수출에도 타격을 주는 식이다. 구체적인 한국의 피해 전망도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한국이 선순위 무역 압박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적자국이다. 한국은 지난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 적자국이었는데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라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라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한미 FTA가 존재하지만 새 미국 정부가 대한국 무역 압박을 마음먹었을 때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 위축 외에도 미중 정면충돌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한국 경제에는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드레일'을 통한 중국과의 '경쟁 관리·충돌 방지' 기조를 중시했다. 한국의 1∼2위 교역국은 나란히 중국, 미국이다. 관리되지 않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적인 충돌은 두 나라와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산업 전반에 걸친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할 때 한국 경제의 후생이 최대 1.37%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대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진행되면서 큰 폭의 증액이 관철된다면 가뜩이나 빠듯한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해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외환시장 분야는 거시경제금융회의, 통상분야는 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분야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모든 관계기관이 함께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통상 정책과 관련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통상환경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글로벌 통상전략회의' 등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양국 간 협력채널을 가동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바탕으로 트럼프 신정부와도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간 여러 통상이슈에 대응한 경험과 시나리오별 검토한 대응 방안을 기반으로 대미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간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향후 트럼프 新정부 정책 수립 또는 예상되는 정책 변화에 있어 우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주요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를 추가 개최해 세부 이슈별 대응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공약 이행과 관련된 영향분석, 이슈별 적시 대응, 업계 기회요인 발굴 등을 위해 기존의 부내 TF를 확대 개편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할 방침이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 부총리는 “11월 중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가동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공약 구체화 과정에서 국내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경제팀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한미 양국은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 하에 수십년간 상호호혜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앞으로도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가 단단한 바위처럼 유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