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원철 공주시장 “성과와 실천력으로 공주 도약 완성”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9기를 시작한 최원철 공주시장이 앞으로 4년은 '성과를 완성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민선8기에서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산업과 관광, 교통, 복지 등 시정 전반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고 공주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 시장은 “민선8기가 공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민선9기는 그 성과를 완성하는 시기"라며 “민생과 실용을 시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결과로 평가받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9기 공주시장으로 다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소감은. 다시 한 번 공주의 미래를 믿고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결과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공주 발전과 시민 행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민선8기에서 기반을 다졌다면 앞으로 4년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 시민들이 다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해 달라"는 당부였다. 민선8기 공약 이행률 97.15%를 기록했고,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과 축산환경관리원 유치, 충남 생활인구 1위 달성 등 약속을 실제 성과로 이어간 점을 시민들께서 평가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 민선9기 시정 운영 방향은 무엇인가. 핵심은 '속도감 있는 완성'과 '시민 체감형 실용 행정'이다. 시민 의견을 반영해 공약사업을 확정한 뒤 실행력을 높이겠다. 전시성 사업은 줄이고 시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자족 기반을 강화하고, 국비 확보와 투자 유치를 위해 '공주시 1호 영업사원'이라는 자세로 직접 뛰겠다. ◇ 핵심 공약인 '사람이 넘쳐나는 명품안전도시'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생활인구 확대와 안전도시 조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과 연계한 입법 관련 기관과 유관기관 유치에 나서고, 유치가 확정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과 연계해 생활인구 유입 기반을 넓혀가겠다. 또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추진과 의당면~세종시 장군면 광역도로 조기 건설에 힘쓰고, 옥룡동 침수관리지역 정비와 전막 우수유출저감시설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 ◇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기업이 찾아오는 경제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구산업단지와 탄천 제2일반산업단지, 송선·동현 산업단지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산업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공주페이는 경기 여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도 병행해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농촌공간 정비와 통합바이오가스화시설 설치, 농업재해보험 지원 확대,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등을 통해 농업 경쟁력도 높여 나가겠다. ◇ 문화·관광 분야의 구상은. 공주를 단순히 둘러보고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오래 머무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만들겠다. 수변정원과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제밤산업박람회 유치를 추진해 관광 경쟁력을 높이겠다.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종교문화까지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해 지역 상권과 함께 성장하는 관광 모델을 구축하겠다. ◇ 교육·복지 분야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촘촘한 복지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교육과 보육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해 임산부와 영유아를 비롯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 어르신들이 경험과 역량을 사회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확대하겠다. ◇ 청년 정책과 균형발전 전략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년 창업과 청년농업인 지원을 강화하고 공유주택과 공공임대 공급도 확대하겠다. 지역 특화산업과 청년을 연결하는 기반을 넓혀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겠다. 신도심은 행정·경제 기능을 중심으로 자족 기반을 강화하고, 원도심은 제민천과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관광과 상권이 살아나는 공간으로 육성하는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하겠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공주 발전만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공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하겠다. 임기 마지막 날 시민들께 “최원철을 다시 선택하길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결과와 성과로 보답하겠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인터뷰] 김희성 BEP 의장 “태양광 100GW는 ‘금융 목표’…위험자본 안심할 시장 만들어야”

“태양광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는 건설 목표가 아니라 금융 목표입니다. 사업 불확실성을 줄여 개발 단계에 투자할 위험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의장은 지난 2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태양광 확대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BEP는 최근 창업 6년 반 만에 태양광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합쳐 총 1.4기가와트(GW)의 사업을 확보했다. 이는 설비용량으로는 원전 1기에 달하는 규모다. 공공이 아닌 민간 사업자가 국내에서 단기간에 이정도 사업을 확보한 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의장은 지금의 성과가 대규모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작은 사업을 꾸준히 축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100메가와트(MW)짜리 한 건을 개발하는 대신 1MW, 0.5MW 규모 사업을 하나씩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한국은 소규모 태양광이 많은 시장이라 이런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BEP가 재생에너지 사업을 크게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블랙록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BEP에 2021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2024년 7월에 약 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총 5000억 원 넘게 투자했다. 김 의장은 태양광 사업을 금융의 관점에서 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2030년 태양광 100GW 목표도 초기 위험자본을 어떻게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은 약 32GW정도 설치돼 있다. 그는 “3년 반 동안 약 70GW를 추가 설치하려면 결국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은행이 개발 완성 단계에 투자하는 자금은 충분하지만 개발 초기 위험을 감수하는 위험자본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기관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개발 단계 투자가 쉽지 않다"며 “외국 자본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자본 유치가 필요한 만큼 해외 자본 의존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본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자금의 국적이 아니라 국내에서 고용과 산업이 만들어지느냐이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안 하니 해외자본 투자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위험자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출력제어 기준이 계속 바뀌고, 계통이 언제 연결될지 알 수 없으며 정보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자 판단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사업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어떻게 하면 위험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양광만으로 100GW를 설치한다고 해도 필요한 면적은 음성군 정도 수준"이라며 “문제는 단순히 땅이 있는지가 아니라 경제성과 계통, 입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타당성 있는 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라고 설명했다. 음성군의 총면적은 약 520.3 km²이다. 이는 전국 면적의 약 0.5%, 충청북도 전체 면적의 약 7%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가 공공 주도로 태양광을 확대하려는 정책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공공이 직접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며 “정부가 직접 사업을 하기보다 다양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산 기자재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장은 “태양광 모듈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품 시장"이라며 “국산 모듈 비중에 집착하기보다 태양광 보급을 확대해 개발과 건설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조물과 시공, 인건비 등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재생에너지 확산 자체가 국내 산업과 고용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해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팔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건강한 시장이 아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공급을 크게 늘려야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BEP는 앞으로도 태양광과 ESS를 중심에서 육상풍력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은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까지 감안하면 2030년에는 5GW 이상을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업권 인수도 시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이다. 개발자가 사업을 팔고 다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시장 전체가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육상풍력 리파워링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안영환 교수 “탄소중립법에 ‘선형 경로’ 담고, 세부 목표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50년까지의 선형 감축경로를 하한선(최소감축 기준)으로 명시하고, 감축 진행 경과와 기술 발전에 따라 2040년과 2045년 목표를 결정해야 합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22일 에너지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현재 국회와 정부가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탄소중립법에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 규정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제시하지 않은 현행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현재 국회에서는 2050년까지 매년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선형 감축 경로를 법에 담자는 주장과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안 교수는 “다양한 통합평가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세부적으로 들어갔을 때 부문별 경로와 비용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며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직접공기포집(DAC)과 같은 탄소제거 기술이 적용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이 쉽지 않다"며 “법에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선형 감축 경로를 하한으로 설정하고, 정부는 기술 발전과 감축 진행 상황을 보며 2040년 NDC와 2045년 NDC를 각각 2030년과 2035년 이전에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방법이 국회에서 진행한 공론화 결과와 2035년 이후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고려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상당히 의욕적이지만 에너지 정책은 비교적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2035년 NDC로 제시된 2018년 대비 53~61% 감축 가운데 최소 53% 감축은 필요하지만 61%는 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 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쉽지 않은 목표"라며 “제조업 경쟁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2030년과 2035년 NDC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도 재생에너지가 국내 전력공급의 중심 전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최근 건설된 민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건 어려운 과제"라며 “정부가 강제로 중단시키기보다 전력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100%까지 높여 탄소비용을 전력시장에 반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전과 수소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 2기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한 점과 수소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조정한 부분은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탄소 전원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탄소배출권 가격에 대해서는 “현재 가격이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원대 후반 수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안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이전에는 배출권 가격이 톤당 4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며 “감축 강도가 점차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전환 노력을 촉진하는 한편 국내 기후테크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향후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일관성'을 꼽았다. 그는 “이제는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이행이 중요한 시기"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권 교체는 당연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크게 흔들리면 기업과 산업계는 투자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은 앞으로 비용과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행 과정에서 반발이나 백래시(Backlash)가 나타날 수 있다"며 “언론 역시 정치적 시각보다 팩트에 기반해 접근하고, 단기적인 논쟁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숙명여대가 기후·에너지 분야를 대학원의 특화 영역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숙명여대는 2016년 특수대학원에 기후환경융합학과를 신설해 기후·에너지·환경정책과 ESG 분야 교육 및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일반대학원에 기후환경에너지학과를 개설해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타라기후재단 지원을 받아 기후환경커뮤니케이션 전공도 신설했다. 현재 기후환경융합학과와 기후환경에너지학과에는 100명이 넘는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다. 숙명여대는 올해 탄소중립대학원을 출범시키고 기후·에너지 분야 연구와 교육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가문 자산 관리 넘어 가업 승계 솔루션 제시”…송재광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 부장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가문의 문제를 직접 풀어내는 '해결책(솔루션)'입니다. 단순히 자산관리(WM)의 한 종류로 접근하는 다른 금융사들과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경쟁사들이 우리 방식을 물어보고 참고하기 위해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송재광 신영증권 APEX패밀리오피스본부 부장은 자사 패밀리오피스만의 차별점을 이같이 강조했다. 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송 부장을 만나 패밀리오피스 사업의 전략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WM 서비스는 증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주식 중개 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다. 그중에서도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는 전 금융권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신영증권은 자사 패밀리오피스의 정체성을 솔루션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한 자산 관리를 넘어, 고객과 그 가족이 마주한 문제를 함께 풀어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할 때 그저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신영증권은 이 솔루션에 대해 '회사의 재무제표와 세무조정계산서까지 들여다보며 세금을 줄이고 안전하게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맞춤형 구조를 짜는 데 모든 역량을 쏟는다'고 설명한다. 신영증권을 찾는 자산가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결국 자산을 다음 세대에 안전하게 물려주고, 그 물려받은 자산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최근에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자녀에게 자산을 일찍 증여해 증시 상승세 속에서 자녀의 투자금을 마련해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신영증권은 이런 고객 요구에 맞춰 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커(PB)와 문제 해결을 전담하는솔루션 PB를 나눴다. 사안에 따라 본사 헤리티지솔루션본부나 투자은행(IB)본부 전문가, 외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협력해 전략을 짠다. 솔루션을 설계하는 패밀리헤리티지서비스와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패밀리오피스로 역할을 나눠 전문성을 높인 구조다. 다음은 일문일답. -증권사, 은행 등 전 금융권이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전개하는데, 이들과 차별화되는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신영증권은 솔루션과 자산관리를 구분하고, 솔루션에 진심을 다한다. 자산관리는 재산에 대한 단편적인 관리, 솔루션은 더 큰 프레임에서의 고객 문제 해결이다. 예를 들면 가업 승계를 위한 구조 개편이 있다. 중소·중견 기업 오너들에게 주요 자산은 그 회사의 주식이다. 증여세를 계산하고 절세 시점을 잡는 것은 단편적인 서비스다.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는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구조를 확인하고, 재무제표 및 세무조정계산서 그리고 보유 부동산 리스트 등을 검토해 가업승계 관점에서의 기업 구조개편 솔루션을 마련한다. 여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가업승계 특례 등을 고려한 절세 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신영증권의 포트폴리오는 PB의 뷰에 좌우되지 않는다. PB는 고객 관리의 역할에 더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는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기준점을 둔다. 이후 각 고객의 투자 성향이나 니즈에 맞게 개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후 본사 자산관리솔루션부에서 고객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모델 포트폴리오와 비교하고 필요하다면 자산 배분 재조정(리밸런싱)을 진행한다. -신영증권 자산가 고객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민은 무엇인가. ▲자산가들의 고민은 본인의 자산을 후대에게 안정적으로 이전하는 것과, 후대가 이전된 자산을 잘 보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증시가 사상 최대의 활황을 맞이하자 고민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상속·증여세로 인해 승계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주로 우려했다. 최근 일부 고객은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일정 재산을 미리 승계해서 자녀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이후 증가하는 자산의 가치에 대해서는 추가 세금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서 자산관리 전문가 그룹과 현장 PB 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에는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자산관리 PB가 있고,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담당하는 솔루션 PB가 있다. 자산관리 PB가 초기 상담을 맡고, 솔루션 PB와 소통하며 자산운용 전략을 세우고 다듬는다. 더 깊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신영증권 내 헤리티지솔루션 본부, IB본부의 전문가들과 협업한다. 가업승계 관점에서 구조 개편 전략을 수립할 때 기업매각이나 인수합병(M&A), 자금조달 등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솔루션 실행 단계에서는 필요하다면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신영증권의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와 협업할 수 있다. -신영증권에는 패밀리오피스와 패밀리헤리티지서비스가 모두 있다. 차이점이 무엇인가. ▲패밀리헤리티지본부가 전문가 조직으로서 솔루션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역할에 중점을 둔다면, 그 솔루션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가족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설득하는 것은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 있더라도 고객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용없다. 고객 가족에 적합한 솔루션을 설계하고 적시에 제안하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따라서 패밀리헤리티지본부와 패밀리오피스본부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통상 패밀리오피스는 자산 규모(AUM)로 고객을 선별하는데, 신영증권은 가입 조건으로 장기 거래와 신뢰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있나.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 성향 상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처음부터 많은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다. 당장의 수익성을 보기보다는 신뢰관계를 더 깊게 쌓아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고객을 만들고자 한다. 처음에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지 않더라도, 자산승계와 관련된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자산을 관리하다 보면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APEX패밀리오피스가 출시된 첫해인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는 고객들도 있다. 자산 승계 과정에서 1세대 고객과 맺은 인연을 그 다음 세대 고객과 이어가기도 한다. -신영증권의 APEX패밀리오피스가 10년, 20년 뒤에도 자산가를 위한 금융서비스로 남기 위해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해외 패밀리오피스 운영 벤치마킹, 가업과 자산승계 솔루션 관련 해외사례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전략을 벤치마킹해 국내 고객들에게도 제안하고 적용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국내 자산가들이 직접 싱가포르에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거나 회사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플립(Flip) 형태의 구조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현지 상황 파악, 국내와 싱가포르 간 '크로스보더(국경 간)' 규정 확인 등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출장도 다녀왔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인터뷰] “美 에너지에 300조 투자…韓 기업, 세계시장 도약할 역대급 기회”

“AI와 반도체와 더불어 미국 시장에 대한민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됩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전력망·원전·가스 및 가스발전·ESS 분야에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특히 “미국에 투입될 것으로 거론되는 수백조원 규모 투자 가운데 미국 측에서 에너지 인프라에 많은 부분을 투자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력망, 원전, 가스파이프라인 및 터미널,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기기 제조 등 거의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참여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일환으로 미국에 3500억달러(약 52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미 조선분야에 투자하고, 2000억달러는 반도체, 에너지 등 양국의 협의로 정해진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직 시장이 정해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실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우리가 부담하게 될 자금이라면 단순히 돈만 내는 구조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출을 도모하며 많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야 한다"며 “민관이 함께 움직이며 전략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교수는 오는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최하는 한미 에너지 비즈니스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양국 정부와 양국 에너지 기업 의사결정자들이 다양한 미국 내 신규 에너지 사업기회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이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수행하면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들의 수준 자체가 달라진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글로벌 수준의 계약, 설계, 건설, 운영, 안전 등의 전체 시스템을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계약 이행과 전력 공급 신뢰도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위반시 큰 벌금을 내야 하지만 규정에 잘 맞게만 한다면 보상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약속된 시간에 전력 공급을 못하면 막대한 패널티가 부과된다"며 “이런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관리 체계와 운영 역량도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 등을 언급하며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특히 투자로서는 송전망과 가스망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전사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지만 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송전망·가스망 같은 인프라는 적정 수익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안정성이 높다"며 “향후 미국 에너지 투자 확대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전 및 SMR 분야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 가능한 국가가 많지 않다"며 “프랑스와 미국, 일본이 과거 대비 약화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역시 최근 대미 투자 확대를 계기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현재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지금은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해 글로벌 사업 경험과 기술·운영 역량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후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원회는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다. 기존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중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후위는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적응까지 포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원회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기존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로 시민 참여 확대를 꼽았다. 기후위원회는 시민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며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시민회의는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며 “학교나 단체에서도 모의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이라며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창훈 위원장과 일문일답. -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명칭 변경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 원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였는데, 이번에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뀌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감축 중심 기조에서 조금 더 확대된 개념으로 전환된 데 있다고 본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녹색성장은 그 과정에서 경제도 후퇴하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가 강했다. 즉 탄소중립녹색성장은 감축 중심적 성격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축뿐 아니라 적응을 부각시키고 지금의 위기 상황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 기후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와 협력을 넘어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 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도 있지만 일정 부분 긴장 관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위원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니터링'이라고 본다. 모니터링은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모니터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적응 관련 주요 계획들을 심의한다. 결국 정책이 제대로 수립됐는지를 검토하는 기능이다. 사후적으로는 계획이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연도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이행점검하는 것이 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결국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과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긴장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들어 법 개정으로 이행점검 기능도 강화됐다. 위원회에서 이행점검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내면, 각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정부 들어 보다 강화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기후위원회 내에 시민회의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탄녹위 시절에도 민간위원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후시민회의'라는 형태가 새롭게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국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공론화위원회는는 공론조사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해당 의제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즉 기존 정책 의사결정 구조 안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200명 규모로 운영된다. 다만 중간 탈락 가능성을 고려해 약 10%를 추가 모집해 총 220명 정도를 모집했다. 또 하나 특징은 기존 공론화와 달리 시민들이 운영 구조까지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국회 공론화 때는 공론화위원회가 절차와 발표자, 전문가 선정 등을 모두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시민들이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직접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200명 중 약 20명을 기획참여단으로 구성해 의제 선정, 강연자 선정, 학습 과정 설계 등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부 자문단 약 10명을 별도로 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 시민회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 올해부터 매년 순환형으로 할 계획이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올해는 롤링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 올해 200명 중 100명은 올해까지만 활동하고 나머지 100명은 내년까지 활동한다. 내년에 새롭게 100명을 추가 선발해 항상 신규 100명, 2년차 100명 구조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후시민회의에서 나온 정책 제안은 위원회가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책으로 최대한 수용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 미래세대 소송에 따른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감축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선형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초기 감축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가급적이면 상반기 국회 내에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 일정 등 여러 변수도 있어서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이 있다. - 공론화 조사 결과에서는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오목형)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공론화 질의문에서 위헌소지가 있는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볼록형)을 넣어 질타를 받기도 하지 않았나. ▲공론화 과정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위로 볼록한 감축 경로는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뒀다.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위로 볼록형은 2%밖에 나오지 않았고, 오목형이 78%, 선형이 20%였다. 300명의 시민 참여단뿐 아니라 별도로 운영했던 40명의 미래세대 그룹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시민들은 최소한 선형보다는 더 적극적인 감축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본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입법권자인 국회의 몫이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은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본다. -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목표 설정 자체에만 지나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세워도 달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성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임기가 2030년에 끝나기 때문에, 2030년 목표를 실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정책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규제 정책, 지원 정책, 홍보·소통·교육 정책이다. 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는 배출권거래제를 보다 엄격히 운영해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동시에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감축 기술 개발 지원이나 재정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시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들이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강한 시그널이 되고 실제 감축 효과도 있다. 현재 국민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기후시민회의 역시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 학교나 단체에서도 축약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모의로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좋은 정책 제안 공모전까지 연결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 온실가스 감축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하고는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온실가스 감축에서 상당 부분은 지자체 역할이다. 산업·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단위 정책이 많다. 지자체의 역량이라는 건 인력과 예산, 전문성인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라고만 할 수는 없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 같은 경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볼 생각이다. -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태양광·풍력을 대규모로 확대했거 배터리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석연료 의존 리스크를 줄였을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 우리도 하루빨리 보다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중 영농형 태양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2050년까지 400GW 수준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결국 영농형 태양광 비중이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입법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입지 규제와 이격거리 규제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2024년부터 논의됐던 내용이 2년 만에 정리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전문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문제, 산업통상부는 산업 전환 문제를 다루지만 지역 전체 전환 문제는 개별 부처가 해결하기 어렵다. 특구 지정 등은 기후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석탄발전 지역 노동자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고령 노동자들은 전직이 쉽지 않다.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기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 전환을 신경 써서 추진하려 한다. 독일처럼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장기 전환계획을 만든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 적응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감축 정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감축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것은 적응 정책이다. 폭염, 산불, 건강 리스크 같은 문제는 국민들이 몸으로 체험한다. 문제는 적응 정책이 감축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감축은 온실가스라는 단일 지표와 명확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적응은 가뭄, 산불, 건강, 산업 리스크 등 목표 자체가 다목적이고 정량화도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적응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에 각각 기후위기적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원은 데이터와 정보 관리 중심이고 연구원은 정책과 적응대책 수립·평가 등을 담당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화됐고 지구온난화 추세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굉장히 어렵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고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께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들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먼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기후 실천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다회용기 시스템 같은 것들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이창훈 위원장 프로필 △1967년 광주 △상문고 △서울대 경영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석·박사 △2022년~2025년 제13대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 2026년~ 제4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환 장관 “기후·에너지 통합은 시대적 소명…‘전기국가’로 대전환 선도”[창간 인터뷰]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함께 가야할 분야다." “조직 내 환경과 에너지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교류 확대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임 1주년을 두 달 앞두고 지난 1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경과 에너지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3개월 뒤 기후부 출범에 따라 초대 기후부 장관이 됐다. 기후부 출범 직전까지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를 합치는 것을 두고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그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탄소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는 시대에 환경과 에너지는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부 내 환경과 에너지 분야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과 열 분야 전기화를 위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석연료인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고 폭염, 홍수, 녹조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적응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성환 장관과 일문일답. - 환경부 장관 취임 이후 약 10개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났다. 소회를 말해달라. ▲여러 현장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기후재난은 이미 국민 일상이 됐고 산업 현장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보와 탄소중립 대응이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에너지·안보까지 연결된 국가 핵심 전략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후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대한 책임감도 굉장히 크다. - 대통령도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 대통령께서도 국무회의에서 '잠잘 생각하지 말고 일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은 절박하다. 실제로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탄소중립 중심으로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면 미래 경쟁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앞으로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미래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석유국가에서 전기국가로, 화석연료 중심 사회를 넘어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 - 기후부가 기존 환경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면서 물과 기름이 합쳐졌다고 할 정도로 정책 조율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화석연료 중심 성장 과정에서 자연 파괴와 기후위기가 심화됐고 이제 환경과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지난해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도 과거처럼 갈등보다는 같은 테이블에서 다양한 이행 경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이 융화되는 과정에서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는 만큼 각 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혼합배치를 위한 부처 내 인사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각 구성원이 기후·환경·에너지를 아우른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고 있는가. ▲ 장·차관 및 과장급 간부 100여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간부 소통 워크숍'을 개최해 환경과 에너지 분야 간의 협업 및 팀워크를 강화했다. 부서 내 협업을 이끌고 업무 노하우 등을 공유한 직원을 선정·포상하는 '행복한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조직이 정책 성과를 낸다'는 인식하에 조직 내 행복 에너지를 확산시켜 직원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하나의 기후부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 미국·이란 갈등 이후 화석연료 의존 구조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는 신속한 설치와 다양한 입지 활용이 가능한 태양광 중심 보급 확대가 중요하다. 올해 9월 재생에너지법 시행에 따라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계통여유지역 중심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과 영농형·수상형 등 활용 입지를 다각화하겠다. 또 '공공기관 K-RE100'을 통해 공공 유휴부지 활용을 늘리고 주민참여형 사업인 햇빛소득마을도 확대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영덕 노후 풍력설비 화재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육상풍력은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해상풍력은 특별법 기반 계획입지와 일괄 인허가를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해 나가겠다. -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국산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현재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나므로 기술혁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텐덤셀 상용화 같은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정책금융 확대와 탄소검증제 고도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공주도 사업과 금융 지원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고 핵심 기자재 기술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주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 열 분야 전기화와 히트펌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청정열의무화제도의 방향은 어떤가. ▲ 열 분야 전기화는 단순히 난방 기기를 교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전기 중심으로 바꾸는 대전환 프로젝트다. 정부는 히트펌프 초기 설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제도 기반도 마련했다. 또 가정용 히트펌프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경제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재생열 이용 의무화 제도는 업계가 차세대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국회에서는 탄소중립법에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담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초기에 감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향후 감축 경로 역시 이를 기반으로 논의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게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주도로 진행된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의 77.9%가 조기에 감축하는 오목한 경로를 선택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국회 기후특위 법안심사를 거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바 헌재 결정·공론화 결과 등을 충분히 고려한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탄소배출 및 환경오염의 주 원인인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기후부는 지난달 28일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감축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생원료로 대체하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여 단순 소각되던 의류, 일회용 플라스틱컵 등에 대한 재활용 체계부터 구축해 나가겠다. 우선 경찰청과 협력해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고 향후 군복 등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기물부담금 대상인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편입해 동일한 재질 용기와 함께 재활용되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 장례식장은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부터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로 전환하고 이행 결과를 토대로 민간 시설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회용기를 아직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 내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 4대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취수구 개선사업도 관심이 크다. ▲ 이번 달부터 녹조 계절관리제를 처음 시행하고 있다. 녹조 발생 전 배출원 관리를 강화해 녹조 심화 시에는 물 흐름 개선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는 제도다. 보와 관련해서는 유역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선 대상 180곳 가운데 19곳이 완료됐으며 2028년까지 시설 개선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의 협업을 통해 취·양수장 시설 개선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각적으로 협력하겠다. 사업에 있어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와 같은 전문기관 위·수탁을 확대하고 기술자문단 운영 등을 통해 설계·공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소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 기후적응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무엇인가. ▲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온실가스 감축이지만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적응 정책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기후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을 수립했다. 홍수·가뭄, 폭염·한파 등 국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을 중심으로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분들이 폭염에도 충분히 쉬실 수 있도록 '우리동네 쉼터'를 조성하고 취약계층의 냉방비 지원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오는 7월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폭염 시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도입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홍수기에 대비해 지난 12일에는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도 발표했다. 농업용 저수지 등 숨은 물그릇을 찾아 전년 대비 홍수조절용량을 최대 10억4000만톤 추가로 확보하고 AI 홍수예보 및 도시침수 예보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제방 붕괴 위험이 높은 취약구간과 하천·하수도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수·보강 등 선제적인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대비해서는 기업의 미래 기후위험을 예측하고 온도 상승 등의 물리적 리스크,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등 전환 리스크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분석 도구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 산업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 ■ 김성환 장관 프로필 ◇약력 △1965년 전남 여수 출생 △연세대 법학 학사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2010∼2018년 제 9~10대 노원구 구청장 △2018∼2020년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0∼2024년 21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 △2025년 07~09월 환경부 장관 △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환경 노벨상’ 김보림의 탄식 “국회, 기후위기 해결 의지 있나”

“국회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숙의결과를)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결정은 또 다시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몫이 됐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결과가 실제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판결을 냈다. 헌재는 법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존재하지만 2031~2049년 중간 감축 목표가 없어 이것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 활동가는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4년 반 동안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간 끝에 아시아 최초로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재 판결을 끌어냈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0일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6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수상은 1995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후 31년 만이다.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리처드와 로다 골드만 부부가 제정한 상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국회 기후특위는 위헌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 319명을 대상으로 숙의 과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77.9%의 동의로 2031~2049년 기간 동안 초기에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과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이같은 숙의 결과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되는 국회 기후특위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활동을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이런 국회의 모습에 무척 실망하고 있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정치권의 대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권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은 인정됐지만, 결국 다시 국회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구조가 됐다"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라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가 기후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오래된 주택에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111년 만의 폭염으로 새벽에도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가 이어졌고, 함께 살던 어머니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했다. 이후 비슷한 환경의 노후 주택에서 중년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가족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기후행동'을 조직해 거리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한 캠페인과 요구만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정부의 자발성에 기대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느꼈다"며 “실질적인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소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시 함께 활동하던 청소년은 30여 명 수준이었지만, 그는 기후위기가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더 다양한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국을 돌며 원고인들을 모집했지만 소송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많았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청소년이 원고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판결을 끌어내고 싶었다"며 “동료들과 변호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김 활동가는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취약성에 대한 감각'을 꼽았다. 활동을 이어오며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에 따라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의 문제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골드만 환경상 상금 7만5000달러(약 3억원)는 청소년·청년 기후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환경운동을 중간에 그만두는 걸 봤다"며 “사람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운동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기후위기 속에서도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전문가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시민들의 참여도 당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하연·이현진 인턴기자

[에경 초대석] 김정호 전 주택학회장 “분당 재건축, 속도보다 실행력”

“지금 필요한 건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방향은 맞지만 집행은 잘못 가고 있습니다. 큰 그림보다 중요한 건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단지부터 빨리 풀어 주는 겁니다." 김정호 초대주택학회장 겸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기도 분당 모처에서 진행 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 틀을 갖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선도지구 선정과 공급 설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국토연구원 부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강원발전연구원장 등을 지낸 주택정책·국토계획 분야 원로 학자다. 한국주택학회 초대 회장으로 학회 창립을 이끌었고, 주택건설 200만호 계획과 1기 신도시 정책 등 주요 정책 전환기에 참여해왔다. 시장 원리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장기 주택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대표적 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김 회장을 만나 1기 신도시 재건축 방향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은 기본적으로 잘하는 방향"이라며 “기존 도시정비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는데, 특별법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도지구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곳부터 밀어주는 식으로 가면 내부 이해관계가 복잡해 속도가 오히려 더디다"며 “주민 동의율이 높고 통합 의식이 강한, 실제 사업 추진이 가능한 단지부터 지정해야 공급 속도가 붙는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특별법 시행 이후 선도지구 선정 절차가 본격화되며 사업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지 간 경쟁과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속도 편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주요 지역에서 다수 단지가 동시 추진되면서 행정·심의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단지 위주의 일괄 추진보다, 주민 동의율이 높고 사업성이 확보된 단지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분당 재건축의 핵심을 '속도'와 '이주 대책'에서 찾았다. 작은 단지를 먼저 재건축해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하면, 이후 대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작은 단지를 먼저 풀어 신규 물량을 만들면, 나중에 큰 단지를 재건축할 때 주민들이 옮겨갈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설계해야 전체 사업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분당 전체 재건축 대상 약 9만 세대가 재정비를 거치면 장기적으로 14만~15만 세대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선도지구 물량 기준에도 비판적이었다. “선도지구로 지정됐다고 곧바로 공사가 시작되는 게 아닌데, 연간 1만2000세대 같은 숫자를 기계적으로 맞추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접근"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물량을 열어두고 단지 간 경쟁을 유도해야 실제 착공 가능성이 높은 곳이 먼저 나온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숫자 관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역별 현실에 맞게 자율성을 갖고 사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추가 지정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과거처럼 주택이 부족하면 무조건 신도시를 새로 지정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도로, 상하수도, 교통망 등 직접 비용뿐 아니라 장거리 통근에 따른 간접 비용과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재건축·재개발이 더 현실적인 공급 수단"이라고 말했다. 2·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판교, 동탄처럼 인접 대도시의 배후 효과를 누린 곳만 성공했을 뿐, 앞으로 같은 방식이 반복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단지가 똑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분양 시점의 시장 상황과 일반분양 물량, 공사비 상승 여부에 따라 조합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분담금이 너무 커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공공이 전액을 대신해줄 수는 없더라도 인센티브 방식으로 일부를 보전해 주는 구조를 설계하면 재건축 공급을 훨씬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축비 급등과 PF 경색이 맞물린 최근 시장에서는 분당뿐 아니라 서울 재건축도 수익성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제 정책에 대한 시각은 더 분명했다. “양도세 중과로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세금은 거래를 잠그고 시장의 퇴로를 막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유세는 중장기적으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회장은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아파트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 가운데 하나이고, 세금이 높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100% 매물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도한 중과세가 거래를 잠그고 시장의 퇴로를 막는다고 봤다. 그는 “양도세를 낮춰 거래를 열어줘야지, 가진 자를 징계하는 식의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보유세에 대해서는 “한국의 보유세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중장기적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로또 청약을 만든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후분양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가 시장가격을 왜곡해 집값을 '개구리 뛰듯'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선분양 제도를 줄이고 후분양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가 실제 상품을 보고 입지를 판단해 값을 매기게 해야지, 땅에 기둥 몇 개 박아 놓고 파는 구조는 투기와 왜곡을 키운다"고 말했다. 상한제가 결과적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에게만 이익을 안겨 '로또 청약'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면서도 “만약 과거처럼 규제와 세금 위주로 시장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공급은 더 줄고 가격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실패는 공급 부족을 세금과 규제로 해결하려 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는 “주택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정책이 자꾸 바뀌면 시장은 얼어붙고 매물은 잠긴다"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수도권을 넘어선다. 김 회장은 서울 집중의 해법으로 “거점 도시 육성"을 제시했다. 교육·일자리·교통이 결합된 지역 핵심 도시를 키우지 않는 한 주택 수요 분산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서울 집중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에도 교육·의료·일자리 기능을 갖춘 거점 도시를 몇 군데만 제대로 키웠어도 지금과 같은 일극 집중은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이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를 두고 “기회가 있는 곳이 서울뿐이기 때문"이라며 “균형발전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산업, 직장, 교통, 대학을 묶어 재설계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지하철 같은 교통망과 대기업·본사급 일자리가 주택 수요 분산의 핵심 축이라고도 강조했다. 결국 그의 결론은 하나다. “규제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으로는 집값도, 공급도 잡을 수 없다." 그는 “정부가 정말 집값을 안정시키고 시장을 정상화하고 싶다면, 규제로 눌러 잡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 구조와 지역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서울 공급도, 지방 균형발전도 결국은 시장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에경 초대석] 이시욱 KIEP 원장,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 상시화 우려”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사태 등으로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 이란과의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관련 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 복합적 대응을 강조했다. KIEP는 지난 1989년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으로 한국의 대외경제 정책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등 통상 리스크, 중동 전쟁, 미·중 갈등 등 불확실하고 복합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북미, 유럽,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각 대륙별, 국가별 전문 연구팀도 구성해 대외경제를 연구·분석 중이다. 2023년 7월 임명된 이시욱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국제통상학 교수,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한국국제통상학회(KATIS)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외경제와 국제 통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 원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탈피, 원유 도입선과 석유 제품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 중인 정부 대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우리의 필수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무역 불균형 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향후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고, 한국에 대한 역할 확대 요구도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정세 변화의 트렌드 속에서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과 함께 요구받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제언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초 중동 전쟁 발발 후 고유가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중동 전쟁이 한국 포함 대외 경제에 끼친 영향을 진단한다면. “미-이란 군사 충돌 이후 세계 경제는 사실상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금리 상승 우려 등 '4중고'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태의 국내외적 여파로 첫째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둘째 유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다. 셋째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우려다.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원가 부담 증가, 수입 물가 상승, 소비 심리 위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61%, 나프타 54% 등 중동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타격이 더 심했다. 중동 사태 계기로 본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대응책을 제시해달라. “중동 사태는 우리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 사례다.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중동산과 미국산 원유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조달 포트폴리오 분산이 필요하다. 다만, 중장기 에너지 정책 관점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수요 구조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효율성 높은 무탄소 에너지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원전 대 재생'의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합으로 설계해야 한다." - 종전 후에도 대외 경제의 후유증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도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적 후유증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향돼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임금이나 물류비 등 2차 파급 물가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다. 또 아시아 주요국들이 중동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문제도 남아 있다." - 미국의 상호관세, 중동 전쟁 등 소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크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에도 트럼프는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정책과 이민 정책을 안보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대통령에 부여된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미국 헌법과 법령이 말하고 있는 의회나 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드러내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하기보다 향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심이 되는 무역법 301조 등 법적 근거로 조치되지 않을까 본다. 중동 전쟁 역시 유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도 수습 단계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문제와 같은 오랜 지정학적 이슈를 미국이 원하는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드러난 계기가 됐다." -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관세를 빌미로 대규모 투자,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현 후 기존의 정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경제통상, 안보, 기술, 에너지 등이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유도 무역 불균형뿐만 아니라 기술, 이민, 마약 등 광범위한 미국 내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해 무역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국방비 증액이나 핵심 제조업 부문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 정권에 관계없이 이해관계에 기반한 전략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 전쟁 참여 등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큰 틀에서 통상과 안보, 투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관세 및 대미 투자 요구에 대응해 관세 안정성, 제도적 예측 가능성, 공급망 협력의 상호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전쟁 참여나 안보 기여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의 핵심 의무와 추가적 정치적 요구를 구분해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또 수출시장, 생산거점, 에너지 도입선, 전략물자 비축을 다변화해 대외 충격에 버틸 수 있는 경제안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한국은 트럼프 개인의 불확실성에 대한 단기 대응 보다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상시화되는 환경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중동 전쟁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도 변수가 됐다. 올해 성장률 수정 가능성 있나. “IMF는 4월 전망 보고서에서 조기 종전 가정 하에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치 3.3%보다 하향 조정됐다. 우리 기관은 이 전망을 참고하되, IMF의 '제한적 분쟁' 가정보다 중동 사태 여파와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좀 더 무겁게 보고 있다. 현재 5월 세계경제전망 발표에 앞서 전망 수치를 검토 중이다. 휴전 이후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전망치 최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시욱 원장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9대학교 응용경제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2005~2011)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2011~2014)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2014년~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한국국제통상학회 학회장(2022년)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위원장(2023년~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2023년~현재)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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