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新기후변화체제와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4.10 09:37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한국 정부에게 매우 껄끄러운 부담이 하나 있다. 바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1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전에 UN에 제출해야 하는 자발적 감축목표가 그것이다. 이 자발적 목표란 향후 2020년 이후 한국이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 기여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감축하겠다고 설정한 것이다. 2020년 이후 시작되는 포스트교토체제(신기후체제)는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교토체제에서는 감축 의무가 제외된 한국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서는 비록 강제 의무는 아니지만 스스로 얼마를 줄여보겠다고 목표를 정해 UN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올해 초부터 각국이 목표를 제출하도록 합의했고, 유럽연합 미국 멕시코 등 몇 몇 나라들이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아직은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판세를 관망하며 제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늦어도 10월까지는 제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 한국 정부는 환경부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들은 자발적 감축목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발표해야 하는지에 관해 힘겨운 줄다리기 중이다. 환경부의 입장은 한국이 이미 기존에 설정한 2020년 BAU대비 30% 감축 목표보다는 최소한 후퇴하지 않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산업부는 한국의 개도국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국내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의 목표만을 설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실리를 따르자니 국제사회의 비난과 위상 실추가 우려되고 명분을 따르자니 부담이 커서다. 더욱이 한국 정부를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작년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감축기여 후퇴금지’와 ‘사전협의’라는 두 항목이다. ‘감축기여 후퇴금지’란 각국이 기존에 발표한 감축기여 목표보다 이번 자발적 감축목표가 최소한 후퇴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사전협의’란 각국이 발표한 목표를 사전에 공표해 국제 시민사회, 다른 당사국 등으로부터 질문을 받기로 한 부분인데 사실 말이 좋아 질문이지 감축목표가 충분히 높지 않을 경우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이 두 항목을 피해나갈 명분도 물론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2020년 BAU기준 30% 감축목표를 공표했다고 해도, 이는 선진국과 같이 감축의무가 있는 상태가 아닌 개도국의 자격으로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기에, 이 목표를 근거로 향후 자발적 감축목표가 이보다는 못하다고 해서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사전협의’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비난한다면, 기술, 재정, 적응 등 다양한 분야에 한국이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 큰 문제 없이 피해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들은 단기적인 면피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모든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포스토 교토체제는 사실 주요 타깃을 한국과 같은 신흥개도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진국은 기존에 설정한 목표에 일정부분 부응하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할 것이고, 최빈국 등 개도국들은 구색만 맞추어도 크게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개도국들이 얼마나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신기후체제에 호응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처한 이 딜레마는 단순한 부처간 이기주의 차원에서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총리실의 선제적 대응이나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의 리더십이 너무나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 사회 경제가 지향해야 하는 국가 발전 방향과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