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내에서도 추가 완화론이 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
▲드라기 ECB 총재는 정책금리를 동결한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 회의 때 통화정책 태도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사진=AFP/연합뉴스) |
일본은행 내에서도 추가 완화론이 부상하고 있다.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2% 물가상승 목표의 달성이 어려워진데다 그동안 일본 수출을 지탱했던 엔저가 엔고로 바뀌고, 주가하락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지마 야스히데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대로라면 1월말 (일본은행) 회의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는 어렵다"면서 일본은행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는 일본은행 홀로 움직여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시장 동요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1일 참의원(미국의 상원에 해당) 결산위원회에서 최근의 시장 혼란이 경기나 물가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계속해서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2% 상승 목표의 달성에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정책 조정을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1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금융정책은 일본은행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하면서도 "일본은행도 (정세를) 확실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 연립여당에서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로 인식돼 온 주가상승이, 최근 금융시장 혼란 과정에서 위태로워지자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일본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저유가에 의한 물가하락에 의해 사람들이 ‘물가는 오르기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면 추가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국민들 사이에 디플레이션(물가가 내리며 경기가 나쁜)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불식시킬 필요성을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29일 공표하는 경제·물가정세의 전망(전망리포트)에서 물가전망을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2016년도 후반’이라고 했던 물가 2% 목표 달성 시기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일본은행에서는 올 봄까지의 물가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완화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며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추가 완화의 수단으로는 한해 80조엔(약 800조원)의 국채 구입규모를 10조∼20조엔 늘리는 안이 유력하다. 한 해 3조엔의 상장지수투자신탁(ETF)의 구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대량 구입으로 채권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완화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의 금리의 인하나, 지방채 등 지금까지 사들이지 않고 있는 자산의 구입 등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에 의해 엔고나 주가하락 추세에 제동이 걸릴지는 불투명하다.
현재의 흐름에 일단 제동이 걸려도, 저유가나 세계적인 주가하락의 연쇄가 가속화되면 완화의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행의 완화 수단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반대로 엔고나 주가하락이 가속화되는 리스크도 있다. 따라서 일본은행은 시장의 동향을 최대한 신중하게 지켜본 뒤 정책 판단을 하겠다는 자세다.
마이너스 금리 전망에 대해 일본은행의 시라이 사유리 심의위원은 "마이너스 금리를 설정해도 금융기관이 예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수익의 저하를 초래, 금융중개 기능을 손상할 위험이 있다"고 폐해를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