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현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
"절대적인 학습량과 학력은 정비례한다는 점에서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
임수현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존에 전혀 없던 원격 수업이 학교 현장에 전면 도입됨으로써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경험한 변화를 연구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서교연)의 연구를 진행한 주인공이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일일 평균 학습 시간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비대면 학습으로 인해 학생들 교육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다.
▲ 장점과 단점으로 나눌 수 있다. 예전에는 기상악화나 자연적인 요소 등으로 변수가 생겼을 때 등교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원격수업이라는 플랫폼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에 반해 단점을 얘기하자면, 면대면 수업은 교사와의 만남, 학급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데 이같은 실제감을 느끼는 측면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학습은 협동이나 인지, 교류를 하면서 배우는 것 들도 많이 있는데 그렇지 못한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 학습 진행에 있어서 실습을 요구하는 과목들이 있지만 영상이나 말로 대체하게 되는 제한점이 있다.
- 지난해 서교연에서 진행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절대적인 학습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학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 이 주제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학습량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초등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학교 정규시간표와 비슷하다. 고학년은 6교시라고 봤을 때 한 교시당 40분씩 하루에 4시간 안팎을 공부한다. 통계청 결과를 보더라도 기존에는 4시간을 공부했으나 코로나19 이후 학생들 학습시간이 2시간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학업성취도는 절대적인 공부시간과 상관관계가 높다. 그런 측면에서 학력이 저하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 학력 격차는 어떻게 보고 있나.
▲ 기존까지도 학력격차는 있었지만 원격 수업환경으로 새로운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원격수업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학생과 아닌 학생들 사이의 갭을 뜻한다. 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은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지만 이 역량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우려가 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설문조사 결과만 있을 뿐 실질적 데이터는 없어서 우려일 뿐이다.
- 해외는 어떤가.
▲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생들 학력이 저하됐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이나 네덜란드에서 나온 결과들을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는 학력저하가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가령 국어 점수가 10점 정도 하락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3점 떨어진 정도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되면 학교가 완전 폐쇄됐지만 지금은 원격수업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계층에서는 더 많이 학력저하가 나타난다. 네덜란드의 경우 부모학력이 낮은 집단의 아이들은 점수 하락정도가 다른 집단에 비해 많이 나타났다. 미국 사설기관 학습 프로그램에서도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성실하게 완수했는지 살펴보면, 초기에는 학습을 모두 끝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5∼6월달로 접어들면서 소위 ‘고소득층’ 아동은 정상적인 학습 패턴으로 돌아왔다.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은 학습 패턴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생각보다 비대면 수업이 학력 저하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원격 수업으로 인한 새로운 학력 격차는 발생할 수 있단 건가.
▲ 그렇다. 비대면 수업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갭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흔히 기계, 즉 컴퓨터와 와이파이망, 개인적 학습할 수 있는 공간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물리적 환경의 경우에는 서울이나 대도시는 잘 갖춰져 있어서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차이가 많이 드러나는 경우는 맞벌이부부처럼 부모님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이 학습을 케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편차가 클 것이다.
-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학력 격차는 어떻게 줄일 수 있나
▲ 실제를 알아야 한다. 3월 말에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에서 진단평가를 한다. 이 결과를 통해서 실제 어려움이나 학습 부진을 겪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 대해서 맞춤식으로 추가적인 보충 지도가 들어가야 한다. 격차가 드러나기 전에 학생을 조기에 진단하고 판별함으로써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 수업은 이어질 것 같은가.
▲ 예측하긴 어렵지만 온라인 수업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중·고,대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도 학습할 수 있는 과목들이 있다. 기존에는 프로그램이 학교에 한정돼 있었다면 권역별 학교별로 협력해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대학의 경우 온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 가령 무크(MOOC, 온라인 공개수업) 등을 통해 세계 유명 대학의 강의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취재팀=김아름 차장(팀장) 정희순·서예온·이나경·신유미 기자>
yumix@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