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SK브로드밴드. |
이에 글로벌 ICT(정보기술) 기업의 일방적인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향후 넷플릭스 등 OTT 업계가 이를 반영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 법원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에 망 대가 지급해야"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1년여를 끌어온 망 사용료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지난 25일 내린 판결에서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함에 있어 인터넷망을 이용했다면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재판부는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선고가 나온 직후 SK브로드밴드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넷플릭스가 연결에 대한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측은 항소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ISP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CP사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각자 소임을 다하며 함께 협력하고 투자해야한다"라며 "이번 판결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국내 ISP와의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망 사용료 협상 우위 선 ISP…넷플릭스 요금 인상 현실화 되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전은 해외 CP와 이들에게 통신망을 공급하는 ISP 사이에 벌어진 소송이자 향후 망 이용료 협상의 기준점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1심 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KT나 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에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구글이나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OTT 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판결문에서 대가의 지급 방식이나 범위 등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넷플릭스 측이 추가 입장 발표를 통해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명시한 법원의 판결문을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OTT 요금 인상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 등이 ISP사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게 될 경우, 비용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4.8%로, 네이버(1.8%), 카카오(1.4%)를 합친 것보다 높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 700억원, 300억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