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이마트가 진행한 ‘이마트 그린장보기’ 캠페인. 이마트 |
<글 싣는 순서>
<1회> 산업계, ‘게임 체인저’ 변신 박차
<2회>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
<3회> 생활 속 실천 탄소중립 거버넌스 확립
<4회> 발전부문의 에너지 전환
<5-1회> [르포] 풍력발전 메카 덴마크
<5-2회> [인터뷰]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6회> [르포]산업혁신 모델 독일
[에너지경제신문/울산=오세영 기자] #서울에 사는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4년째 그린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다른 카드사에서 사용하는 포인트 제도처럼 얼마나 사용했는지, 더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알고 싶다. 개인적으로 알람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마련된다면 참여도가 늘어날텐데 말이다.
2050탄소중립이라는 범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민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경제와 산업, 에너지, 식생활 등 모든 생활을 개선하면서 이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와 생활을 개선하면서 따르는 불편을 감수할 각오, 행동력 등이 수반돼야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업계 전문가들도 정부가 이끄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도 시민과 기업의 행동변화로 인해 오는 2050년까지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는 정부정책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친환경 행동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해 이행하고 있지만 다소 제도의 정밀함이 부족하거나 탄소중립 목표 달성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전문가들은 "양보 없이 승패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지양해야 한다"며 "건강한 사회적 대화로 탄소중립과 관련된 많은 시도를 해보고 결과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탄소포인트 제도. 탄소포인트제 홈페이지 |
탄소포인트·그린카드 등 녹색소비 도모 활동 전개
탄소포인트제는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해 온 정부의 탄소중립 인센티브 정책 가운데 하나다. 가정이나 상업, 아파트단지 등에서 전기와 상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기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만큼 포인트로 환급해 주는 제도다. 환급한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그린카드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다.
탄소포인트는 에너지 항목별로 정산 시점으로부터 과거 2년 동안 월별 평균 사용량과 현재 사용량을 비교해 절감 비율에 따라 산정된다.
인센티브 종류는 현금과 상품권(지역화폐), 쓰레기 종량제 봉투, 그린카드 포인트(소지자에 한해) 등 해당 지자체가 시행하는 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린카드는 탄소포인트와 저탄소·친환경제품 구매, 에너지 절약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신용·체크·멤버십카드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녹색소비를 유도하고자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한 친환경 녹색제품을 구매할 경우 그린카드에 에코머니 포인트가 적립된다.
그린카드 제도는 환경부 등 정부차원에서 총괄·운영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총 2000만장의 그린카드를 발급했다. 오는 2025년까지 25000만장으로 그린카드 발급 수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국내 대표 거버넌스 기구
국내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로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민·관 협력으로 비산업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마련된 거버넌스 기구다. 공공·기관·기업·민간단체 등 57개 단체가 참여하며 지자체와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245개 지역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대표적인 활동은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실천서약’과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지원사업’ 등이다.
또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으로 가정·상가·학교 등 에너지사용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현황을 진단한 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컨설팅하고 ‘그린터치 & 그린프린터 보급’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절전 프로그램인 그린터치와 인쇄용지 절약 프로그램인 그린프린터를 개발해 보급한다.
기후변화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기후변화 교육허브로 찾아가는 기후학교와 온라인 교육과정 등을 진행하는 기후변화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친화적인 생활 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기후행동 1.5℃’ 어플도 출시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친화적인 생활 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출시한 ‘기후행동 1.5℃’ 어플. 화면 캡처 |
탄소중립위원회 "시민 참여와 정부 선도역할 중요"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부문의 전환 규모와 속도는 일반 시민의 꾸준한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시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변화는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과 투자 혹은 법과 규제를 통해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고 시민 참여와 정부의 선도역할을 강조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변화 △에너지혁신 △경제산업 △녹색생활 △공정전환 △과학기술 △국제협력 △국민참여 등 총 8개의 민간위원 분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국민참여분과는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을 중심으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참여분과는 탄소중립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원만하게 이행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전체 사회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수렴·소통·반영하면서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별개로 위원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500명 시민으로 참여시민단을 구성해 ‘탄소중립의 기본개념-일반과정-심화과정’의 3단계 교육과정과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시민들 "제도 마련 뿐 아니라 정밀한 모니터링 필요"
정부가 다양한 제도를 내놓으며 국민들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고 있지만 제도에 필요한 정밀한 모니터링 체제도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그린카드 사용자(40대 남·부산)는 "자동차를 타는 대신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면 받을 수 있는 교통포인트제도의 경우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정말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대신 선택한 이동수단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단순히 걷기 운동을 한 사람들이 받아가기 쉽기 때문에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불편을 감수하면서 친환경 활동을 선택하는 사용자와 아닌 시민들을 정확히 구분해 지원해야 하는데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족해 보인다"며 "제도 마련 뿐 아니라 꾸준히 국민들 참여가 늘어나고 오랫동안 친환경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그린카드 사용자(50대 여·경기 판교) "녹색제품을 쓰면 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는데 어떤 게 녹색제품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녹색제품 종류를 늘리고 시중에서 확인하기 쉬웠으면 좋겠다"며 "제품 종류마다 녹색제품 라인업이 마련되면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녹색활동에 대한 장점을 늘려가면서 소비를 유도해야 하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며 "화석연료를 덜 쓰게 하는 구조를 어떻게 마련하고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기존에 이용하던 수단을 없애자고 하면 누구나 불만을 가진다.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기구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비대면으로 ‘탄소중립 시민회의-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화면 캡처 |
"탄소중립, 리더 개념의 정부 기구 필요+국민들이 방향을 정해야"
탄소중립의 국민참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선도하는 리더개념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과 주체자인 국민들이 이슈에 대한 방향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선점이 제기됐다.
탄소중립은 산업과 농업, 해양수산업,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전략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상준 팀장은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게 아닌 18개 부처를 한번에 이끌어 갈 리더 개념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기후변화는 환경이슈이기도 하지만 경제이슈이기도 하다"며 "기후변화를 부처 개념에서 별도로 다루다 보면 결국 이견차만 생긴다. 모든 분야의 협조를 이끌어가려면 확실한 권한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것 이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팀장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하지 않으면 끝난다’고 인식할 게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비용을 지불한다는 내용에 국민들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행동하는 주체자가 국민이니 국민들이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단 영국의 경우 거버넌스 차원에서 기후변화위원회 권한이 굉장히 쎄다.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한 사례도 있다. 탈원전이나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이슈에 대해서도 국민 투표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위원회도 단순히 홍보가 아닌 동참의 개념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팀장은 "앞으로의 10년은 투자의 시기다. 10년 동안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며 "이 기간은 역량을 쌓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게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아젠다를 제시하고 탄소중립위원회는 국민들의 동의를 위해 소통해야 한다"며 "단순 홍보로 그칠 게 아닌 국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탄소중립위원회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