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양광 모듈의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글로벌 공급난에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가 상승하면서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화큐셀·현대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형 태양광 모듈 업계가 최근 일제히 모듈 가격의 본격 인상에 나섰다. 특히 국내 모듈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한화큐셀은 이달 공급하는 태양광 모듈 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이는 중국에서 전력대란으로 국내로의 태양광 모듈 공급량이 확 줄었고, ‘그린플레이션’으로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뜩이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폭락 등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인 모듈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태양광 발전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태양광 시공업계도 모듈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사 수익이 줄어 태양광 보급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모듈은 햇빛을 받아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의 핵심 부품이다.
25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현재 극심한 모듈 부족과 원부자재 원가 인상에 따라 이달 공급하는 모듈 제품에 기준단가를 와트당 최대 40원 인상했다. 국내산 태양광 모듈이 와트당 약 400원 안팎임을 고려할 때 약 10% 정도 인상하는 수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태양광 모듈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300% 인상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4분기 연속 적자를 보면서도 모듈 가격 방어를 계속해왔다"며 "하지만 적자 폭이 계속 커지자 모듈 가격을 인상하게됐다"고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기 모듈 제품은 가격이 올라갔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도 있어 모든 제품이 40원씩 오른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화큐셀은 지난 2분기 6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1분기 497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적자 폭이 확대된 규모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발전 모듈 판매로 인한 적자가 866억원에 이르렀다.
현대에너지솔루션도 모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태양광 모듈업계가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시공업계는 보통 연말이 되면 공사 마감일이 몰려 모듈이 부족해 모듈 값이 오르긴 하지만, 한 달에 10% 수준의 모듈 가격이 인상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대란으로 중국에서 태양광 모듈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중국산 보급이 최근 감소하자 가격 인상 효과가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산 점유율은 32.6%에 이른다. 전체 국내 보급량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공급이 줄어드니 국내산 모듈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1톤당 2957달러로 지난해 평균 대비 1227달러(70.92%) 상승했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앞두고 모듈 가격이 상승하면서 태양광 시공업계는 공사비를 인상하거나 공사를 미뤄야 하게 됐다. 결국, 태양광 예비 발전사업자와 소송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올라가게 되는 원인이 된다. 정부는 태양광 설비용량을 해마다 약 3.5GW를 보급해 2025년까지 태양광을 총 33.5GW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발전단가가 올라가면 정부의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에 빚어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태양광 시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듈 가격 인상에 대해 "태양광 모듈과 태양광 발전소 기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모듈업체들이 계약금을 받고 모듈 납품계약서는 사전에 작성하지 않아, 사업자들이 모듈 부족 현상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화큐셀에서 이번 가격 인상을 위해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취소하면서까지 가격 인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큐셀 측은 "완전히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금을 낸 건에 대해서도 원래대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며 "계약금을 돌려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