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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최우선 과제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해소하되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줄이는 것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전기요금은 국내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성과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또는 산업을 살리려면 전기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전력 독점 판매사업자인 한전 만 쥐어짜서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낮춰봐야 결국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시장원리를 왜곡한 요금정책은 미봉책으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 살리기, 국민 부담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묘안이 필요하다는 게 에너지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새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 ‘원가주의’ 윈칙을 공언했다.
전기요금을 원가에 기반해 독립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하고도 정치적인 요인 등으로 유명무실화한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운영을 현실화하되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등 전원 비중을 높여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되도록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 살리기와 국민부담 최소화라는 양립 과제의 동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40% 감축), 탈석탄 정책 등을 계승하겠다고 밝힌데다 원전 활용을 단기간에 대폭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9일 에너지업계에서는 각국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국가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절약·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새 정부가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요금 인상을 회피한다면 당장 오는 여름이나 겨울 전력수급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에너지절약·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요금인상을 통해 LNG 소비를 미리 줄여 저장량을 확보하고, 한전과 발전사 적자를 줄여 LNG(액화천연가스) 구매자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제 가동까진 수 년이 걸릴 예정이다. 다른 발전원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하지만 모두 원전보다 비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발전량 비중이 낮고 석탄발전은 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다. 결국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이는 곧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게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전이 분기마다 국제 석유·LNG(액화천연가스)·석탄 가격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연료비 연동제(분기별 최대 kWh당 3원)의 정상 작동 여부도 관건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전기요금(연료비 조정요금)을 동결하면서 적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물가를 고려하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손실이 결국 국민 전체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이창양 후보자는 "최근 LNG와 유연탄 등 발전 연료의 국제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요금 인상요인이 누적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2022년 한전의 적자를 20조원 내외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전의 적자 문제 대응을 위해 우선 한전의 자구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도 세제 지원, 전력 시장 제도 개선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 확대 등으로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했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민영화 추진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서는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것은 전력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서 다양한 전력서비스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라며 "전력 시장을 민영화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