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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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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기업 자율' 어퍼컷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2 16:30

에너지경제 이진우 성장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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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성장산업부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공기업이 ‘민영화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또는 대통령 참모진과 새 행정부 인선 과정에서 공기업 개혁, 특히 ‘민영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에서 감사원을 동원해 공기업 전반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겠다거나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을 한국전력공사(한전)처럼 민간에 매각하길 원한다는 발언들이다.

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때이른 민영화 군불때기를 진화하기도 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새 정부 출현에 따른 새 국정 운영 기조를 맞춘다는 명분 아래 ‘공공 부문 개혁’의 단골메뉴가 됐다.

공기업 민영화의 출발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통제를 받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됐다. 특히, 철도·발전·가스 같은 국가기간 공공서비스 관련 공기업의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뿐 아니라,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끊임없이 시도됐다.

이번에 대통령비서실장이 언급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도 노무현 정부때 지분매각(주식상장) 형태로 민영화가 추진됐던 내용이었다.

야당으로 전락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자신들이 추진하려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를 윤석열 정부가 다시 꺼내든 것을 두고 비난공세를 퍼붓는 것은 여권의 저의와 상관없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역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진보정권이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보수정권이 구조를 완성하려는 역할을 반복하는 연속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에 앞장서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민영화 기조를 바꾸는 시도를 한 것도 아니다. 일자리창출, 탄소중립 등 문 정부가 우선가치로 삼았던 사회적 가치를 공기업 경영에 요구하는 공공성 강화 수준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도 당장 ‘민영화 추진’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전 정권처럼 어떤 형태든 ‘공기업 수술’의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이 국제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재난에 민간 차원의 대응 한계를 깨닫고 다시 공공 재화와 서비스의 운영관리를 공공에 맡기는 ‘재공영화 붐’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의 언론과 민간 연구기관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사회공공연구원(PPIP)·초국적연구소(TNI) 등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 등 세계 무수한 나라에서 현재 민영화됐던 공공 용역과 서비스 부문들이 다시 공기업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대 들어 재공영화와 신규 공영화를 포함한 ‘공영화’ 사례가 230건,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공요금 인상의 희생을 치렀음에도 ‘민영화 성공’의 유령신화로 받들어지는 영국도 재공영화 96건, 공영화 14건 등 총 110건이 이뤄졌다.

한국이 전세계로부터 ‘코로나19 우수방역국’이라는 칭송을 받는 배경에 전 국민과 민간의료진의 참여 못지 않게 공공의료 운영관리 시스템의 효율적 작동이 깔려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 키워드로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공기업에 과감한 자율과 책임에 부여하는 윤 대통령 특유의 과감한 ‘어퍼컷’식 공기업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윤정부의 공기업 개혁도 여느 정권처럼 기관장 교체를 노린 ‘논공행상’ 눈가림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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