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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년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지 평가도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CCUS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술로 인식될 게 아니라,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에는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기억하고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된다. 원천기술이 적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은 지난달 2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산업계의 역할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화석연료는 고대 식물과 동물의 사체로 땅속에 생성된 탄소원이다. 현대 인류는 이를 캐내서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온실가스’로도 불린다.
CCUS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 활용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산업구조 상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공기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다시 순환시킨다는 관점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의 핵심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기관·기업들도 여기에 주목,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CCUS 기술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장 단장은 CCUS 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확대돼야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탄소중립이 사실 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CCUS 기술을 먼저 선점하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다음은 장 단장과 일문일답.
-CCUS 기술에 대해 설명해달라.
▲CCUS 기술은 ‘산업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활용해보자’라는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버려지는 물질이 아닌 원료로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대기 중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석유화학이나 정유, 철강, 시멘트 등 우리나라가 산업계는 원유를 원료 또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유는 탄소 사슬이 계속 이어져 있는 형태로, 석유화학에서는 이를 잘게 쪼개 화학제품인 옷과 플라스틱 등을 만든다. 화학에서 100% 반응은 없다. 화학제품을 제조한 뒤에는 필연적으로 부산물이 남기 마련인데, 그것이 바로 탄소(C)와 산소(O)가 반응한 이산화탄소(CO2)다.
문제는 이렇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계속 남아있게 되면 성층권을 파괴하고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지구를 하나의 온실처럼 만들기에 ‘온실가스’라고도 불린다. 진정한 탄소 중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반드시 다시 활용해야 한다.
-현재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CO2 활용 기술에 대해 고민해왔다. 현재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 미국에 비하면 80∼85% 수준까지 기술력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CCUS 원천 기술 연구와 데모 플랜트(실증 기술)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알파 올레핀이라는 물질을 실증까지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 화학물질인 메탄올을 만들거나, 개미산을 이용해 발전소와 협업한 적도 있다.
현재는 합성가스를 이용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발생된 수소와 일산화탄소는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원료로 인식되고 있는 데, 현재 실증 단계에 있다.
-산업계의 투자도 중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30년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단순히 기술만 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지 평가도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CCUS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술로 인식될 게 아니라, 석유화학과 정유 산업에는 어떻게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기억하고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된다. 원천기술이 적용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탄소중립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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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
-중후장대 산업은 ‘탄소 악당’이라고 불릴 만큼 탄소배출량이 많다. CCUS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중후장대 산업에서 CCUS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도출되고 있다.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광물과 반응시켜 저장하는 광물화 기술 등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CCUS기술의 방향은 석유화학과 같은 특정 산업군을 넘어 모든 산업군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쪽으로 연구되고 있다. 탄소중립이 사실 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국가의 기술들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CCUS 기술을 먼저 선점하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역사가 140여 년쯤 됐는데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 기술뿐이다. 우리나라가 CCUS 기술을 먼저 개발해 새로운 석유화학 프로세스를 만들면 앞장서 나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 아니면 전과 같이 다시 기술을 수입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관심도 꾸준하다. 현재까지 지원이 미비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자꾸만 바뀌게되면 기업들도 투자를 망설인다.
기술에 대한 표준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는 CCUS 기술에 대한 표준이 없어 사업화에 지장이 있다. 단순히 기술 개발만으로는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이산화탄소로 만든 제품을 어떤 표준을 적용해 판매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이산화탄소와 산업부산물은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활용해 만든 제품도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를 법적으로 완화해줘야 산업화가 진행될 수 있다.
당장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기존 화학제품에 비해 비쌀 수 밖에 없다. CCUS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세금 혜택이나 인센티브 등 지원이 이뤄져야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CCUS 기술을 놓고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성과 실효성이 낮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이산화탄소는 원유에서 에너지를 빼고 남은 물질이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때 에너지를 다시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경제성을 근거로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이 들어가려면 공정을 다시 바꿔야 하니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실제로 CCUS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되지 못하고, 상용화가 늦어진 것은 그런 반대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다시 순환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은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부분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출범했다. 앞으로 탄녹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탄녹위에서는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에 대한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기업들과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되겠다. 탄녹위에서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정할 때 오차 없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이들은 목표를 세워도 그 목표를 책임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고민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약력 △1961년생 △충남대 이학(화학)박사 △현)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융합화학연구단장 △현)UST KRICT School 교수 △현)한국 CCUS 추진단 이사 △현)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부회장 △전)탄소중립위원회 CCUS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