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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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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23] 베지스타 "먹기 편하게 손질한 'K-푸드'로 해외 공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3 06:00

농산물 탈피·세척·건조 전처리…대기업·마트·온라인몰 공급



가정식·밀키트·샐러드까지 확대, 품목도 120개 이상 취급



한형석 대표 "해외공장 인수·투자, 스마트팜과 협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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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베지스타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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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대형마트 야채 매대에 가면 번거롭게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되는 양파, 빻지 않아도 되는 간마늘, 깨끗하게 세척돼 포장된 사과 등 전(前)처리 과정을 거친 농산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같은 단순가공을 거친 전처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번거롭거나 귀찮은 과정 없이 조금 더 편리하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신선편의식품으로 불리는 전처리 농산물은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가기 전에 1∼3차례 단순가공 작업을 거친다. 1차 탈피, 2차 절단·세척, 3차 건조ㆍ착즙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확된 원물에서 깔끔하게 단장된 상품으로 변신한다.

국내 신선편의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오는 2025년 2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20년 3월 창업한 ‘베지스타’는 흙이 묻은 농산물을 씻어서 보기 좋게 다듬는 제조 과정부터 국내 식품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신선식품 플랫폼기업에 납품하는 유통까지 수행하는 농산물 전처리 전문 스타트업이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HMR)을 포함해 밀키트·도시락·샐러드까지 직접 생산·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형석 베지스타 대표는 "어릴 적부터 농산물 도매업을 운영하셨던 부모님을 보고 자라며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며 말했다. 한 대표의 첫 창업은 지난 2012년 농산물 도매기업 ‘웰푸드’에서 시작됐다.

웰푸드는 약 5년의 노력 끝에 연 매출 50억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 국내 밀키트·HMR 제조 스타트업 ‘프레시지’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 대표는 프레시지에 합류해 2년간 생산·물류 및 신규 인프라 구축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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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스타 직원이 채소 전처리를 하고 있다. 사진=베지스타


그러다 프레시지에서 독립해 다시 창업에 나선 한 대표는 아날로그 중심의 기존 전처리 제품 공급기업과 대표들의 고령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베지스타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한 대표는 "전처리 제조 분야는 대표자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이며, 연 매출 100억원 이하의 기업들이 다수여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 제2 창업의 초점을 맞춰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지스타는 투자금을 활용해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합하는 데 집중했다. 2021년 유통·커머스 전문기업 ‘포레스트그룹코리아’와 농업IT 전문기업 ‘판다코퍼레이션’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농산물 전처리 및 직영농장, 농산물 급속냉동업체, 농산물 건조업체를 차례로 끌어들였다.

한 대표는 "합병한 기업 대표들이 베리스타 경영 방향에 공감해 줬고, 자회사 대표로 남아 함께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베지스타는 자회사들에 경영 지원, 통합구매, 통합 영업을 돕고, 자회사들은 개별 회사의 특징을 살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지스타의 지난해 매출은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창업 초기인 2020년 63억원에서 2년 만에 12배가 넘는 빠른 성장 속도이다. 한 대표는 "농산물 산지 계약과 수요 예측으로 제조 비용을 줄이는 솔루션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배경에는 투자금으로 전처리 가공시설을 확장해 4900㎡(약 1482평) 규모의 농산물 가공장에서 120가지가 넘는 전처리 농산물들을 밀키트·샐러드 500종류, HMR·반찬 44건 형태로 생산ㆍ유통하는 구조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형석 대표는 장래 목표로 "새해부터 해외공장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한 다양한 방법을 적극 추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도전할 예정이며, 스마트팜 기업와도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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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스타 인천공장 전경. 사진=베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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