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연수센터 연구위원 |
지난해 말 친원전 시민단체인 사실과과학넷 소속의 대표단이 후쿠시마를 다녀왔다. 대표단이 전한 바에 따르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60km 떨어진 후쿠시마시의 공간 선량률은 서울보다 낮은 0.06~0.1마이크로시버트(μ㏜)였다. 물론 아직도 귀환 금지 구역은 유지되고 있고 그 면적은 후쿠시마현의 2.3%에 해당하는 322㎢다. 대표단이 전한 소식 중 놀랄 만한 것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방호복 착용이 불필요하고 약 4%의 면적에서만 방호복을 착용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국토 전부가 오염되어 아무도 살지 못할 것이라는 탈원전 운동원들이 떠오른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처리수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언론을 통하여 전달된 것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었다. ALPS 시스템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핵종은 제거하고 삼중수소만 희석해 방출할 예정이다.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복수의 수조를 만들어 방류할 물과 함께 희석한 처리수를 섞은 해수가 들어간 수조와 처리수가 섞이지 않고 해수만 들어 있는 수조에서 광어, 전복, 조개류 등을 400마리씩 대조 양식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후쿠시마에 보관되어 있는 삼중수소는 780테라베크렐(TBq)로 삼중수소 총량으로는 2.2g그램이다. 1년 동안 대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우리나라 동해에 떨어지는 삼중수소 3g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해에 떨어지는 3g과 태평양으로 배출하는 2.2g을 비교하면 일부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쿠시마 당국은 이를 매년 22TBq(0.062g)로 나누어 1L당 1500Bq로 희석한 후 길이 1㎞의 지하 배수관을 통해 심해로 방류할 계획이다. 제한치가 1L당 6만Bq이니 40분의 1로 희석돼 아주 미미한 양이 방류된다. 단번에 방류한다는 가정으로 한국원자력학회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7~8개월 후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 삼중수소의 양은 1조분의 1로 희석된다고 하니 인체에 전혀 무해한 수준이다. 이와 같이 과학적 데이터가 보여 주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에서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이후 후쿠시마 인근 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선박의 평형수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후쿠시마에서는 1L당 1500Bq로 희석하여 방출한다. 현재 국가별 삼중수소 음용 기준은 호주 7만4103Bq, 핀란드 3만Bq, 미국 740Bq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L당 1만Bq 이하면 마셔도 건강에 해가 없다고 본다. 즉, 1500Bq은 마셔도 되는 기준이다. 더구나 후쿠시마 인근 항구에서 평형수를 취수할 때는 1500Bq이 상당 수준으로 더 희석된 상태가 된다. 이 물을 선박의 평형수로 사용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을까? 농도에 대한 언급 없이 주장하는 논리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일본이 규정대로 방류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이다. 약속한 기준대로 방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윤석열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과학 기술적인 접근을 하고 있기에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일은 없다. 과학기술이 다시는 이념이나 정치에 오염되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