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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가정용 요리기구 및 의료기기 제조사인 자이글의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올해에만 주가가 340%가량 뛰었지만 증권가에선 자이글의 전망에 대해 오히려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이글이 최근 미국 합작법인·공장 설립 추진 계획과 함께 현지 유상증자 등을 연달아 발표한 상황이지만 이 같은 신사업 확장을 뒷받침 해줄 실적은 지속적으로 부진하고 자산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이글의 주가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약 340%가량 급등했다. 지난 3월 한달 동안에는 주가가 무려 467.22% 폭등한 바 있다. 4월 잠시 가라앉았던 주가도 지난주(15일~19일)에만 30.72%가량 올랐다.
이같은 상승세는 자이글의 사업 확장 선언 이후 본격화됐다. 주로 가정용 전기그릴, 의료기기 제조사업을 영위하던 자이글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를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사업 진출을 발표한 뒤 2차전지 업종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관련 이슈도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말 CM파트너의 2차전지 사업부 인수를 알린 자이글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차전지 셀 및 소재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정식으로 추가했다. 같은 달 미국 버지니아주에 2차전지 합작법인 ‘JV’를 설립하기 위한 협약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4월에는 미국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며, 이달에는 미국 현지 LFP 제조공장 설립 추진 소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이글은 갑작스러운 사업 확장에도 자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사업 진출은 ‘돌발 선언’이 아니라 다년간의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뤄졌으며, LFP 양극재 물질 개발 기술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자이글의 2차전지 사업 가능성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선 가정용 요리기구 및 의료기기 제조사업을 영위하던 자이글이 전혀 연관이 없던 ‘2차전지’ 산업에 진출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의 합작법인·공장 설립에 대한 상황도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일각에서는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자이글은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당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합작법인 설립 및 투자에 관한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며 "합작법인의 투자 금액과 일정은 기밀유지 약정에 따라 내용을 공표할 수 없으며, 동 건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를 추진하는 사실을 공시하면서도 금액과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자이글의 자체적인 투자여력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2차전지 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가는데, 자이글의 재무제표상 자산 규모는 최근 수년간 계속 줄어왔기 때문이다. 자이글의 연간 영업이익·순이익은 지난 2021년 적자 전환됐으며, 2022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이 단 2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자이글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35억원을 기록, 전년(73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익잉여금은 지난 2021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돼 결손금 처리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자이글에 대한 별다른 투자유치, 자금조달 소식이 들리지 않는 점은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요소다. 올해 자이글의 주가 행진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가 역시 별다른 리포트를 내지 않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산업이 한창 물이 오른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새롭게 진입하려면 상당한 투자여력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자이글의 재무상으로는 불안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실적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자이글을 권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