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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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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145엔 코앞까지 올랐는데…"당국 개입 없을듯"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8 12:16

엔화 약세는 일시적…150엔까지 치솟아야 시장개입 나설듯



연준·ECB 등 긴축 막바지…일본 증시 활황·관광업 회복



올 하반기부터 엔화 강세 전망도

엔화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엔화 환율이 ‘1달러=145엔’ 코앞까지 다가가면서 지난해 일어났던 역대급 엔저 현상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특히 작년 9월 환율이 146엔대 진입을 앞뒀을 당시 일본 정부가 24년만에 처음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한 만큼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엔저는 작년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힘이 빠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고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2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93엔을 보이고 있다. 이날 새벽엔 144.12엔까지 급등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45엔까지 다가섰다.

올해 초 달러당 127엔대였던 엔화 가치가 약 8개월만 최저치인 144엔대 수준까지 떨어지자 일본 재무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엔저 현상과 관련해 지난 26일 "최근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고 평가하며 "큰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9월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45.90엔까지 치솟자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통화가치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엔저 패닉’이 작년과 달리 올해엔 목격되지 않는다"고 이날 보도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기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어 엔화 약세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인상을 언제 종료할지 불확실하지만 향후 12개월에 걸쳐 예상되는 금리인상 폭은 작년에 집계됐던 수준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토추 리서치의 타케다 아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엔화 환율의 상승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아마도 금리를 한 번 더, 많아야 두 번 더 인상하면서 최종 금리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화의 약세 모멘텀은 작년과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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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일본증시 전광판에 표시된 닛케이225지수와 엔·달러 환율(사진=EPA/연합)

일본 경제 상황이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또한 당국의 개입 압박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의 경우 엔저 흐름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고 일본 증시 또한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강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방역규제가 완화되면서 일본 관광산업이 큰 수혜를 입었다. 특히 한국, 대만, 홍콩에서 여행객들이 집중 유입된 것이 1분기 GDP 증가율을 연율 1.1%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타케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과 달리, 엔화 약세로 해외 관광객들이 급증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환율 급등에 따른 비난이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당국은 상황을 모니터링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엔화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면 당국은 결국엔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쿠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50엔 돌파가 임박했을 때만 개입이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키무라 타로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과 소비자들도 작년에 비해 엔화 약세에 더 관대해졌고 일본 증시 상승세도 심리를 개선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140엔 후반대으로 치솟으면 상황은 정치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엔화가 본격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마켓리스크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코지 연구원은 "9월에 들면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시기가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는 엔화가 올 연말과 내년에 각각 130엔, 125엔으로 떨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일본은행이 7월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통화완화정책 중 하나인 수익률곡선제어(YCC)의 전환에 대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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