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도 벵갈루루 삼성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 현장 이미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 맞춰 인도에서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미국, 중국 기업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등이 적극적으로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판매 경쟁을 벌이며 맞붙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억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출하됐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8일(현지시간) 샤오미가 인도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대폰 시장 점유율 확장을 위해 매장 증설에 속도를 낸다는 게 골자다. 샤오미는 그간 인도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주로 제품을 판매해 왔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 판매 비중은 66%에 달한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온라인 비중(44%)이 낮은 편이라 전략을 이에 맞게 수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가 28.6%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20.3%)는 2위를 달리고 있다. 비보, 오포 등 중국 업체들도 10.0%와 7.2%의 점유율로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샤오미의 경우 인도 당국으로부터 1조원대 추징 및 압수를 당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 이후부터 인도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전방위 규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 반사이익은 삼성 대신 애플이 보고 있다. 작년 500달러(약 60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급성장하며 삼성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47.4%였다.
최근 분위기도 좋다. 아이폰 판매가 꾸준히 늘며 인도는 2분기 애플 아이폰의 5대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다음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이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분기 3.4%에서 올해 4~6월 5.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인도를 제조 거점으로 삼고 최신 기종인 아이폰14를 만드는 등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를 만나 투자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같은 달 애플은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와 수도 뉴델리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인도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올해 들어 현지에서 갤럭시23과 플립4·폴드4 등 주력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고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에 처음 진출했다. 현재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등지에서 생산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구개발(R&D)센터 5곳, 디자인센터 1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 수년간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발리우드’ 쪽에 마케팅 화력을 집중하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국산 보급형 스마트폰과 애플의 고급 스마트폰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폴더블 시장 개척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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