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제주도가 2030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연간 절반 이상 출력제어를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주도가 2030년 카본프리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CFI)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로 지목된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수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력제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출력제어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보상 등의 문제로 연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연말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에서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기준과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발간한 ‘신재생 확대와 송전가능용량 고려한 발전제약 기준 수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의 CFI상의 계획대로 태양광 및 풍력설비의 확대가 이뤄질 경우 제주도의 전력계통은 재생에너지 공급과잉으로 인해 출력제한이 증가해 2030년에는 연간 출력제어일이 193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출력제한량은 117만 891메가와트시(MWh), 출력제한시간은 2241시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이다. 제주도의 출력 제어 건수는 2019년 46회에서 지난해 132회로 급증했다. 제주 지역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올해 상반기 출력 제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민간 신재생 사업자들에 대한 출력제어 보상을 골자로 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올 1분기 신재생 에너지 전력 구매단가에 출력제어량을 단순 계산하면 보상 규모는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재생에너지 초과 공급 우려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봄철 전력수급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영호남 지역에서 최대 1.05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정부는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철에만 전력수급특별대책을 실시해왔다.
그럼에도 태양광 과잉 공급을 막지 못하자 전력 당국은 태양광보다 전력 구매 단가가 싼 원전 출력을 줄이는 식으로 전력계통을 안정화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상반기 총 7차례의 원전 감발을 실시했다. 이에 따른 출력 감소 용량은 총 4130㎿로 지난해(700㎿)와 재작년(900㎿)에 비해 4.5~6배나 늘었다.
전력거래소는 연말까지 수립하기로 한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실시간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현물시장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해 시장원칙에 따라 출력제어를 시행하고, 실시간·예비력시장을 신설해 실시간 변동성을 전력시장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문제해결이 시급한 제주도에 이 같은 신규 시장을 먼저 도입한 후 시장안정화 단계를 거쳐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