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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어렵다더니 빈말?…당정, 총선 겨냥 내년 예산 선심성 대거 편성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3 17:09

당정, 23일 '2024년 예산안 관련 협의회'서 지역·계층별 맞춤형 예산 반영



野 경기진작 35조 추경 편성 등 재정확대 요구 일축하면서 '돈 풀기' 시동



'세수 펑크 위기' 외면…추 부총리 "허리끈 졸라매면서 약자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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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3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정이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 정부 편성안에 선심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지역별·계층별 맞춤형 예산을 대거 반영키로 했다.

당정이 그동안 재정 건정성을 고수하면서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확대에 줄곧 반대했던 기조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정이 더불어민주당의 35조원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요구를 일축한 것에 비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국세·지방세의 동반 ‘세수 펑크 위기’를 외면하고 한정된 재정 지출 구조까지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들렸다.

국민 혈세로 마련된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당정이 총선을 앞두고 표에 눈이 어두워진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도 쏟아졌다.

당정은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심의할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 방향을 사회간접자본(SOC), 사회복지, 교통, 청년주거, 저출산 고령화 대응 등에 예산을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 당정 2024년 예산 편성 주요 방향

부모급여 확대만 0세 아동 현재 70만원→100만원
만 1세 아동 현재 35만원→50만원
다자녀 가정 현재 출생 아동당 200만원인 첫만남이용권 가중 지원
사회적 약자 지원기초차상위가구 자녀 등록금은 전액 지원
저소득 가구(소득 1∼3구간)·중간소득 가구(소득 4∼6구간) 학생 지원 확대
청년대학생 저리 생활비 대출 한도 350만원→400만원
장애인중증 발달장애인 주간 일대일 케어 도입
24시간 통합돌봄 전국 확대
장애인 1인당 활동 보조인 이용 시간 연장
소상공인저금리 대환대출 확대
전기요금·보험료 지원대책
지역별 주요 인프라 사업서울 및 수도권서울 전동차·에스컬레이터 등 노후시설  개선
인천발 KTX 건설
경기도 GTX-A 노선 조기 개통이
충청권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세종 금강 횡단 교량 타당성 조사
충북 충청 내륙 고속화도로 1∼4공구 조기 완공
충남 서산공항 건설
영남권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울산 멀티 오믹스(Omics) 기반 난치암 맞춤형 진단 치료 상용화 기술 개발
경남 우주 환경 시험시설 인프라 구축
대구 도시철도 엑스포선 건설
경북 메타버스 디지털 미디어 혁신 허브 구축
호남권광주 아시아 물역사테마체험관 조성 사업
전북 산지 약용식물 특화 사업방안 연구
전남 인공지능(AI) 첨단농산업융복합지구 조성
강원도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의료  전문인력 양성센터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구축
제주공공 하수처리 시설 현대화를 위한 국비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재정건전성을 지키되 약자 복지를 강화하자는 내용에 공감했다.

정부는 △약자 복지 강화 △성장동력 확보 위한 미래 준비 투자 △경제 활력 제고로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 뒷받침 등을 예산안 편성의 네 가지 핵심분야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지역별 주요 인프라 예산사업과 아이돌봄 지원 확대, 대학생 저리 생활비 대출 한도 확대, 소상공인 3대 부담 경감 등을 예산안 내용에 담았다.

당정은 전날에도 교통비 부담을 경감하고자 이른바 ‘K패스’로 불리는 지하철·버스 통합권을 내년 7월 도입하고 대중교통비의 20%를 환급해준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월 60회 지원 한도 내에서 연간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청년층은 연간 최대 32만4000원까지, 저소득층은 연간 최대 57만6000원까지 환급 혜택을 늘렸다.

당정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별·계층별 맞춤 내년 예산 항목들을 릴레이로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여권의 수세 국면 돌파 전략이란 견해도 제기됐다.

일본 오염수 방류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터져나오는 상황을 맞아 집권당이 가진 프리미엄, 즉 재정지출 수단을 적극 활용해 맞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당정의 이같은 내년 예산 편성 방향이 민주당의 추경 편성 주장에 반대해온 것에 비춰보면 다소 모순적이라고 견해도 내놓았다.

민주당은 그간 당정에 여러 차례 35조원 규모 추경 편성을 압박했다. 고물가, 고금리,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민생 회복’,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경기활력을 충원하기 위한 ‘경제 도약’,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취약계층 보호’ 등을 명분으로 담았다.

하지만 당정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나라 빚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0.1%포인트(p), 0.2%p 성장률을 더 높이기 위해 방만하게 빚을 내서 재정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쉽게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간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동일한 선상에서 생각하고 있고 같은 방향성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총선 때까지 당정의 선심성 정책 발표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연말 예산전쟁 때 여야간 대격돌도 예고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을 위해 하반기 복지 정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마 총선 전까지 복지에 초점을 두고 강화하거나 하는 등의 분야별 정책 집중도 차이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세수펑크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예산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건 연구개발(R&D), 국가보조금 등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정은 굳이 추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분야별 편성을 어떻게 하는지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9월 초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될 경우 어느 분야에 예산을 줄이고 다른 쪽 지원을 늘렸는지 그에 따른 예산 편성과 집행 구조에 왜곡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기재부는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올해 세제개편안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을 다음달 1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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