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08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김성우 칼럼] 수소 심포지엄에 인파가 몰린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7 06:39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2023082701001405300068391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지난 23일 정부 주최로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고, 기업들에게 탄소중립기술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도 판단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 놀라운 것은 참석자 규모다. 호텔의 초대형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양측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고 후면에 서서 듣는 공간까지 꽉 찼다. 신박한 AI시연회도 아니고 딱딱한 미래 기술 심포지엄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왜 일까?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물질이다.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등의 탄소감축에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에 더욱 필요한 탈탄소 수단이다. 또 에너지의 94%(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서 해외 현지 수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고, 전력망을 다른 나라와 연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 때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2020년 제정된 수소법을 고쳐 청정수소로의 전환 및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수소 상용차 및 대규모 혼소 발전 확대, 인수기지 등 운송인프라 구축,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정수소의 생산기술은 4~7년,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수인 액화액상기술은 10년 정도 뒤떨어진다. 글로벌 시장 빅뱅의 초기인 지금 그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점점 더 좁히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정수소 관련 정책 시그널의 명확화다. 청정수소의 범위나 청청수소 활용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의사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2027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청정수소(혹은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할 예정이다. 수소가 청정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청정수소인증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파는 입찰 시장의 지원 방향성 및 금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정수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운송·저장·배기·전환 인프라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지, 발전설비 투자는 어떤 가정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요 수소(및 암모니아) 사업들이 중동·호주에서 공급하고 한국·일본 수요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수요처의 인증기준이 모호하면 상류 공급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건설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시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를 실증한 결과 Kg당 10달러가 넘게 들고, 탄소를 제거한 LNG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의 경우도 연료비에 탄소제거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비싼 연료로 발전할 경우 실제 발전단가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센티브간 격차를 좁힐 필요도 있다.

2050년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이 연간 5억톤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시 투자비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은 점차 선명해 지고 있다. SK·포스코·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에 걸쳐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충분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정수소는 여러 국가와의 협력과 교역을 전제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꼭 필요한 탄소감축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수소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수소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이번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