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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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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배출권 대란 초읽기①] 에너지 안보 위기 속 막다른 길 내몰리는 석탄발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0 07:00

석탄발전, 한전 역대급 적자 상황에도 전력수급 안정화 기여 등 역할



탄소중립 목표로 탄소배출 감축 속 조기폐쇄 압박 가중 ‘진퇴양란’



송전망 부족, 재생e 확대로 출력제어 심화…내년 배출권 부담도 커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석탄발전에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울 전망이다.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제약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 부담 가중까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탄발전은 글로벌 에너지위기로 인한 한국전력공사의 역대급 적자 상황에서 국내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으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가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을 강변하며 억눌러왔던 전기요금 인상 폭탄이 윤석열 정부 내내 산발적으로 터지고 있음에도 이 같은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수년전부터 탈석탄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전력수급을 석탄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새 정부에서도 현실성 없는 탄소배출 감축을 이유로 전력수급에 기여하고 있는 발전사의 영업제한과 손실을 강요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터져나온다.

정부가 전반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뚜렷한 대안 없이 한전의 재무 악화 속에 민간 발전사 쥐어짜기에 들어갔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정치권과 당국은 전기요금 인상 등 정면 돌파 없이 여전히 ‘탄소중립’ 명분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셈법에 갇힌 모양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은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전원이라는 데 공감한다. 다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배출권 정책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효과도 불분명한데다 사업자의 비용상승, 전기요금 인상만 유발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세 차례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현재 탈석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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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국제적인 에너지대란 속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전력수급 안정화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당국은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탈(脫)석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온실가스 감축과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전력수급 안정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국제유가 상승 등 한전의 적자 심화로 연말 전력시장 붕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석탄발전의 환경부담 증가로 전기요금이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년부터 ‘석탄-LNG 단일BM’ 적용…"온실가스 배출 저감 불투명하고 요금 인상 요인만 가중"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단일BM’ 제도를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합의한 이 제도는 전환(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의 배출권 할당 비율을 낮춰 석탄발전의 배출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전기 생산의 60% 이상을 화석연료인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제는 발전 부문에서 특히 중요하다.

현재 석탄 및 LNG 발전에 배출권 할당 시 과거 배출 실적이 아닌 배출효율 기준(BM·Benchmark)을 적용하고 있다. 즉, 발전량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BM계수(tCO2eq/MWh)를 연료별로 미리 정해놓는다. 이를 ‘연료별 BM 방식’이라고 한다.

BM계수는 탄소배출권을 할당 방식에 쓰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효율이 기준이다. 배출계수 값이 크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많이 할당받고 배출계수 값이 작으면 할당량이 적다.

현재는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석탄발전은 0.89, LNG는 0.39 수준의 BM계수를 적용받고 있다. 단일 BM계수를 도입하면 석탄과 LNG 모두 BM계수 0.68을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LNG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비율이 높아지고 석탄발전은 낮아진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단일 BM계수 방식이 적용되면 이미 정부 정책으로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는 석탄발전사들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7월에도 석탄발전의 발전비중은 34.1%로 전체 발전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력수급 안정 기여도가 가장 높은 발전원이지만 갈수록 기술적·환경적 비용부담만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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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전력통계월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그동안에도 석탄발전의 배출권 구입 비용 증가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만 커졌을 뿐, 연료별 BM 방식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석탄발전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단일BM이 적용되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온실가스 배출과는 별개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은 변동비가 가장 높은 LNG가 SMP를 주로 결정한다. 그런데 LNG발전사에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배분하면 이들의 배출권 비용부담이 줄어들어 변동비도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SMP 하락을 유발해 한전의 도매비용 지불이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SMP를 낮추면 심각한 적자 상황인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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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 산정 구조. [출처=전력거래소]


업계에서는 지난 정부 당시 석탄발전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상한제가 무산될 경우 대안으로 단일BM계수를 적용하기로 환경부와 이미 합의한 바를 이행한다는 게 배경이지만 산업부가 정작 부처 소관 업계인 발전과 산업분야의 부담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배출 감축 명분으로 한전 적자 부담 민간발전사에 전가"


당초 산업부는 환경부의 단일BM 제안에 대해 발전업계와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석탄발전 상한제가 막히고 그 사이 글로벌 에너지위기 심화로 인한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의 적자가 커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MP가 줄어드는 만큼 석탄발전사들의 배출권 구매 비용이 커지고 이는 한전의 정산 부담 증가로 기후환경요금, 즉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얼마나 될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와 환경부 양측 모두 단일BM 도입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SMP하락 효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한 분석과 근거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탄발전은 여전히 국내 전력생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안정과 탄소배출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단일BM을 적용하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도 맞지 않고 전력수급 안정과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에 기여하고 있는 발전사업자들에게 한전 적자의 부담만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 단일 BM의 최종 목적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환경부는 시행효과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시행 시 LNG발전의 저효율 발전기가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팔아 수명을 연장하거나 가동량을 늘리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배출권 거래로 인해 석탄발전량이 감소하려면 배출권 할당효과가 Kw당 20원 이상 발생해야 석탄발전과 LNG발전 순위가 일부 역전될 수 있으나 시행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 BM은 태생부터 방향이 잘못된 정책"이라며 "같은 업종에서 선도하는 사업자의 좋은 점을 따라해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번 정책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개 발전원을 이종교배하겠다는 무모한 생각이 바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손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를 명분 삼아 한전 적자를 부담하고 있는 발전공기업과 송전제약으로 발전량도 확보하지 못한 채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민간발전사의 경영부담만 가중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해 전력시장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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