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전기·가스 등 에너지 규제 위원회 설립 논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내 인상을 하지 않은데 이어 정권 교체 이후에도 당정이 시장 원칙대로 요금을 산정하지 않아 한전이 부실화되고, 전력시장 붕괴 우려가 커지는 등 부작용이 커진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국정과제에도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만들겠다.’고 명시했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써 인수위와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과제를 실행해라. 정치권에 휘둘리는 전기요금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 그래야 에너지절약, 효율화도 가능하다.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산정을 사전에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게 한 지금의 법은 잘못됐다. 독립 에너지규제기관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방 장관은 "원가 기반 에너지요금 책정에 동의하고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기관 설립은 지금 진행 중인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발주한 전기·가스위원회 규제 거버넌스 관련 용역은 이르면 11월 중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이 에너지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국정과제에 ‘전력시장,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명시했다.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조만간 설립 여부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용역 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총리실 산하에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에너지정책국 등 사무국을 설치해 요금과 전력거래제도 개편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력시장감독원을 설치해 계통감시와 고장조사 등을 담당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기요금은 소매를 독점하는 한전도, 한전을 감독하는 산업부도 아닌,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집권당이 사실상 결정해왔다.
에너지업계는 지난 수년간 ‘에너지와 정치의 분리’를 요구해왔으며 정권 교체 후 국정과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며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당정이 내년 총선을 고려한 탓인지 원가주의 요금체계 대신 여전히 공기업 자구노력만 강조하며 한전의 적자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미 역대급 적자를 기록해 채권 발행으로 버티고 있는 한전이 요금 인상마저 막혀 자금 조달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의 현실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채권 시장을 한전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발전사회사들도 한전으로부터 전력판매 대금을 받아야 연료를 사 오기 때문에 대금을 받으려면 한전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며 "둘 다 안되면 은행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 결정구조는 에너지를 넘어 시장전체의 실패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