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소. 연합뉴스 |
특히 정부는 자체 보유 신재생에너지 물량을 현 시세의 7% 수준으로 현물 시장에 풀어 인위적인 가격조정에 나설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신재생에너지 현물거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전기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 잡겠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대규모 발전사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행 기업들의 구매비용과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기후환경요금 인상부담도 함께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수익이 크게 줄어 사업 추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현물거래 시장은 당초 대규모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을 위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사들이는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지 못한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신재생에너지 판매 시장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현물시장 가격이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고정가격계약 인기가 시들해지고 현물시장 거래로 몰려 전기요금을 올리는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9일 한국에너지공단의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분석 결과, 정부가 제시한 조건 달성 시 정부 보유 ‘국가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가 올해 기준으로 최대 1REC당 5744원 가격에 매달 최대 213만5376REC로 시장에 풀린다.
이는 지난달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월평균 REC 가격 1REC당 8만731원의 7.1% 수준이다. 현재 시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정부 보유 REC 물량이 풀린다는 의미다.
이같이 싼 가격에 풀릴 수 있는 국가REC 물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월간 국가REC 판매 최대 허용물량은 올해 기준 213만5376REC인데 이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REC 현물시장 거래량 1040만4593REC의 20.5%에 이른다.
올해 3분기까지 REC 현물시장 거래량의 5분의 1이 값싼 국가REC가 현물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REC 판매 허용기준은 올해 기준으로 월평균 현물시장 가격이 1REC당 6만8196원을 넘겼을 때다.
지난달 월평균 REC 가격은 1REC당 8만731원으로 이미 국가REC 판매기준을 넘겼다.
올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의 REC 가격은 상한가 기준으로 기준 전력가격을 빼서 계산하면 1REC당 6만7447원이다.
판매 허용기준이 RPS 고정가격계약의 REC 가격보다 높다.
제도가 시행됐다면 지난 4월부터 국가REC가 판매될 수 있었다.
지난 4월 월평균 REC 가격은 1REC당 7만2129원으로 국가REC 판매허용기준에 도달했다.
개정안의 26조 1항에서 국가REC 판매허용기준을 "전월 REC 현물시장의 평균가격이 전년도 현물시장 평균가격의 100분의 120을 초과하는 경우 또는 직전 60개월 현물시장 평균가격의 100분의 130을 초과하는 경우"로 정했다.
지난해 현물시장 평균가격의 100분의 120은 1REC당 6만8196원이고 직전 60개월 현물시장 평균가격의 100분의 130은 1REC당 7만1485원으로 계산된다.
국가REC 판매허용기준에 도달하면 관련 운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판매물량 및 가격을 정한다.
같은조 3항에서는 "입찰선정시장의 월간 최대 선정물량은 지침 제4조에 따른 당해연도 의무공급량의 1000분의 25 내로 한다"고 적혀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제4조에 따라 정해진 올해 의무공급량은 총 8541만9055REC로 1000분의 25는 213만5476REC다.
개정안 26조 4항에서는 "입찰선정시장의 선정상한가격은 비용평가 세부운영규정 제18.5.1 제 6항에 따라 최근 확정된 기준가격의 100분의 10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최근 확정된 기준가격은 1REC당 5만7444원으로 100분의 10은 5744원이다.
국가REC란 정부가 보유한 REC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발급하는 REC다.
REC 시장 관련 제도는 지난 2012년 생겼다. 그 이전에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FIT를 통해 거래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12조 7항 1호에 따르면 "발전차액을 지원받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국가에 대해 발급된다"고 명시돼있다.
국가REC가 풀려 REC 현물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발전사들의 비용부담이 줄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RPS 이행에 필요한 REC를 구매하는 게 큰 부담이 됐다"며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기 쉽지 않고 시장에서 REC를 구입해 확보하는 비용을 줄이기도 어려워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이같은 정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재생에너지 관련 5개 단체는 정부의 국가REC 발급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문을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재생에너지의 날 행사에 배포했다.
정부가 상한가를 적용한 물량을 풀어 시장에 개입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REC 현물시장 거래가격이 전년가격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가격에 대한 지나친 통제로 보인다"며 "REC 시장의 경우 거래 총량이 정해진 시장으로, 여기에 규제를 섞으면 제도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 종합국정감사에서 국가REC 발급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 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며 "약 200만 국가REC를 현물시장에 공급할 시 얼마나 가격 하락을 가져올지 최소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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