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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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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원안보 세미나] "반복되는 에너지안보 위기…독립적인 자원개발기구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0 17:18

본지·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종합토론
2030 NDC 법제화 해소, 자유 트레이딩 허용, 비용문제 해결 등 에너지안보 관련 전문가 정책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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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자원경제학회 후원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오세영·윤수현·이원희 기자] "에너지 안보 위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독립적인 자원개발기구를 설립하고 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사와야 합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에너지지경제신문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자원경제학회 후원으로 주최한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은 황진택 제주대 공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는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창규 민간 LNG산업협회 부회장, 최승신 C2S 대표가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가 ‘석유가스 수급 안정화를 위한 협력 성과와 과제’, 서경환 한국광해광업공단 핵심광물대응처장이 ‘핵심광물자원 수급 안정화를 위한 협력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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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택 제주대 공과대학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황진택 교수는 "에너지 안보 위기가 전 세계 산업에 위협을 끼치고 있다"며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플레이션, 자국우선주의 등 섬뜩할 만큼 익숙한 과거의 공포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 계획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처럼 타격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잘 준비해야 되겠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기업 위주의 탄소중립 1.0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정치권, 학계, 공기업, 민간이 모두 모여 토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오늘 세미나가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앞으로 더욱 더 논의 장을 확대하고 성과가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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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2030 NDC 법제화 풀어줘야…독립적인 자원개발기구 필요"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우선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지만 실제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법제화 풀기, 독립적인 자원개발기구 설립, 남는 자원 트레이드(거래)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됐다.

박호정 교수는 "자원 수급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왜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고민해봤다"며 "2030 NDC 법제화 풀기, 독립적인 자원개발기구 설립, 자유로운 트레이딩 허용 등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30 NDC에 묶여 있다. 법적으로 구속돼있다 보니 우리가 해외에서 LNG 물량을 확보하는 게 더 힘들 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되는 국가에서 이를 의무화시킨 케이스는 절대적으로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30 NDC는 2030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운 계획으로 에너지 공급 계획도 2030 NDC를 바탕으로 설립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유연하게 LNG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석유나 가스 수급이 NDC에 묶여 있다 보니 정치권에서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며 "2030 NDC 법제화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전문가들은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자원개발 기구의 필요성을 말한다"며 "그간 특정 공기업이 특정자원 리스크를 관리할 시대는 지났다. 석유공사는 석유 만하고 광해광업공단은 전력자원만 하니 리스크 관리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 들어와서 소비하고 남는 자원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트레이딩을 허용해야 자원개발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자원비축 의무를 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선제적으로 자유롭게 트레이딩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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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 LNG 산업협회 부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김창규 부회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LNG를 조금 더 긴밀하게 보고 잘 키우면 앞으로 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최근 국가들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하기 때문에 LNG 공급망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높은 가격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LNG 도입가격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상승을 야기하는 만큼 LNG 도입국가 다양화 등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원안보에 있어서도 공공과 민간부문의 파트너쉽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국들의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주개발률이란 석유·천연 가스 수입량과 국내 생산량의 합계에서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사업 프로젝트에서의 석유·천연가스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실정이 비슷한 일본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약 40%인 반면 한국은 약 10% 수준이다"라면서 "수송 분야와 발전 분야에서 수소·LNG로의 전환이 예상됨에 따라 가스분야의 자주개발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개발사업에 있어 민관합작투자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민간기업의 자원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개발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지원책으로 국제협력을 지원하고 민간 투자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 확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해외자원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할 필요하고 해외자원개발 사업비의 융자 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자원의 공급망 위기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고려돼야 한다"며 "현재 공급망 기본법과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이 추진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시 민관공급기관이 자원안보 위기 극복에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위기극복에 참여한 기관에 대해서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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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물가 잡는다…비용 고려해서 자원 사와야"

물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홍종 교수는 "에너지 안보와 해외자원개발을 중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고 싶다.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잡아 인플레이션을 해결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 에너지 대형 공급자가 나타나면서 전 세계 물가도 안정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보면 에너지를 많이 공급해 에너지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 탄소중립 아젠다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다"며 "우리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고 국내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0년째 놀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산업과 수출에 한 축을 차지하는 제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아 제조업계가 내몰리게 될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각국에서는 자원을 무기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타국의 제조업을 자국으로 유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확보는 너무나도 중요한데 정치권은 이런 우려에 관심이 없다"며 "미봉책과 포퓰리즘만 남발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채와 부담을 어떻게 해결해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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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신 C2S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에너지자원 글로벌 협력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에너지 안보에서 비용 문제를 반드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원을 싸게 사오는 게 에너지 안보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승신 대표는 "에너지 안보의 관점이 유럽연합(EU) 등 각국에서도 변하고 있다. EU는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일본은 2025년에 현물 LNG가 부족해질 것을 예상해 빨리 장기계약을 늘리고 현물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멍하니 있는 듯하다. 안정적으로 구매하기만 하고 비싸게 사와도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호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찬성하는 정권이 바뀌었다. 호주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일본의 석탄과 천연가스 수급이 우려되자 일본은 정책당국이 호주로 급파돼 호주 총리의 수급안정 확답을 받아냈다"며 "반면 한국은 인도네시아 석탄, LNG 수출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에너지 안보 위기는 식품위기와 정책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식품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고 영국은 선진국 최초로 유니세프가 활동을 시작했다"며 "프랑스는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금융부문의 환경피해해결 법적의무를 철폐하고 국가는 채택여부만 감독하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에너지 공급에만 신경을 쓰고 비싸게 구매하는 건 상관없다는 식"이라며 "지금이라도 에너지 안보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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