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파인아시아의 투자를 통해서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장의 결실을 투자자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보람이다"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 |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에너지경제는 ‘파워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이수형 대표를 선정, 지난 달 27일 ‘내년 경제전망과 M&A’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9년 취임 당시 이 대표는 업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자산운용업계에 여성 대표는 없었다. 그가 취임하면서 유일한 여성 대표가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업계 최연소 대표였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소형 자산운용사도 아니다. 그가 이끄는 파인아시아는 1999년에 설립되어 한 때 운용자산규모만 4조원을 넘었던 자본시장의 명가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 대표는 IT기업에서 주로 인수합병, 기업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일하다가 자산운용사의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됐다. ‘유리 천장’이 유독 심하다는 금융업계에 ‘세대교체’와 ‘여풍’을 동시에 이끌었다. 그가 세운 이정표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취임한 지 5년째가 됐지만 업계의 여성 대표는 여전히 이 대표뿐이다.
종합자산운용사는 △주식 △채권 △부동산 △기업금융 등 여러 자산을 운용한다. 당연히 글로벌 경제부터 국내 경제까지 레이더 망을 펼쳐놔야 한다. 종합자산운용사 수장의 숙명이다.
그는 내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갈 키워드로 금리를, 주목할 업종으로는 반도체 산업을 꼽았다. 그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등을 비춰 볼 때 통화당국 차원의 시장금리 개입이 사실상 진행 중"이라며 "이는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을 수개월 간 확인하며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기업들도 엔디비아가 큰 수혜를 받았던 고대역폭 메모리(HBM)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전체의 벨류에이션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는 내년에도 어려움은 지속되지만, 경제 성장률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반도체와 로봇 그리고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의 주가는 내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회복세로의 전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증시에서 주목하는 산업은 반도체와 로봇"이라며 "특히 로봇 주식들이 대부분 조정을 겪은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인수합병 분야에서는 중소형 상장사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중소형 M&A시장이 내년에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면서 "중소형 상장사 바이아웃 및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 |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이다.
▶내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나갈 키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시 금리다. 미국의 경우, 시중금리가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연일 요동을 치고 있다. 금리 수준에 맞춰 발언 수위나 내용을 조절하는 등 통화당국 차원의 시장금리 개입이 사실상 진행되고 있다. 연준위원들의 매파적인 기조로 금리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 둔화와 물가 안정을 확인하며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글로벌 관점에서 주목하는 업종이 있는가? 텐베거가 있다면 어느 업종에서 나올지 꼽아달라.
-A를 필두로 한 반도체(IT)가 주목받을 것 같다. 구글의 Chat GPT가 발표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AI로 옮겨갔다. 더욱 집적화되고 고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해당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년도 엔비디아의 경우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통한 수혜를 많이 보았다. 이를 시작으로 타 반도체 기업들도 HBM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전체의 벨류에이션 상승이 기대된다.
추가로 기존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의 부활이다. 소위 4차 산업이라고 하는 IT의 근본은 반도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최근 20년을 책임지고 왔었던 기업들 또한 IT, 그 중 반도체 기업들이 다수 있다. 금년에는 다소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D램이 금년 3분기 가격 반등세를 보이며 현재가 저점이라는 분석이 다수 있다. 추가로 낸드 또한 가격 반등에 나섰다. 그리고 해당 제품들의 반등이 내년 반도체 기업들의 강세에 충분한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사료된다. 글로벌 주식 중 텐베거가 있다면 반도체 산업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국내 경제전망을 듣고 싶다.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이후 매년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기의 반등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가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가운데,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회복세로의 전환을 조심스레 예상한다. 다만 △대내외 복합 불황의 지속 △주요국 통화긴축 누적효과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과 같은 리스크로 인해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또는 미미한 수준에서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반등이 예상된다. 올해는 금리 관련 뉴스들이 악재로 작용했다면, 내년에는 금리 관련 뉴스들이 주식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부동산의 경우 주요 PF들의 디폴트와 신규공사 등의 중단 등 이슈가 많았지만, 해당 사업들의 철수로 공급 공백이 일정 기간 생긴 만큼 올해 이후에는 수요 증가로 인한 상승이 전망된다. 국내 물가 레벨이 전반적인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나, 미국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적인 상승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내년 텐베거가 있다면 어느 업종일 것 같은가? 그리고 내년 주목하는 업종을 꼽아달라.
-앞서 말했 듯 첫 번째는 반도체(IT)다. 반도체, 로봇 관련주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로봇의 경우 최근 인구 감소 및 노동자 임금 증가에 따른 대체로서 주로 산업용 혹은 협동 로봇 등 그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로봇 주식들이 조정을 겪은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판단된다.
또 추가적으로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부분도 주시 중이다. K-컬처는 글로벌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상승 모멘텀도 충분하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M&A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추구하고 있는가?
-단독으로 바이아웃(Buy-Out)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전략적 투자자(SI)와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CB·BW 등 메자닌 투자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중소형 M&A시장이 내년에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기에 중소형 상장사 바이아웃 및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려 한다.
파인아시아의 투자를 통해서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장의 결실을 투자자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보람이다.
▶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으로도 역임하고 있다. 어떤 역할인지 궁금하다.
-과거 IT회사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과 기업투자를 진행했다. IT회사에서 자본시장으로 무대를 바꾸면서 필연적으로 핀테크에 주목하게 됐다. 금융의 혁신, 금융의 미래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기에 파인아시아에서도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주식형 펀드도 론칭했고, 수익률이 매우 좋다. 대체투자 부분에서도 핀테크 회사들과 연계한 다양한 펀드를 구상하고 있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유망한 핀테크 회사들과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최근 핀테크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핀테크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관련 부분 규제 완화 등 좀 더 유연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기존 금융회사들과의 협업과 상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