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베셀의 경영에 경고등이 들어오며 회사 오너의 의지와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계기업에 직면한 상황에서 수주가 거의 중지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회계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았다. 금투업계에서는 유·무상 증자 역시 주요 내용들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우려감을 표시한다.
지난 6일 베셀의 구주주 청약이 시작됐다. 베셀은 유·무상증자를 통해 141억원을 조달하고자 한다.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구주 1주당 신주 1.0127829800주를 배정, 총 1337만919주를 유상증자한다. 당초 유상증자 규모는 359억원이었으나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확정발행가액이 2682원에서 1062원으로 낮아지고 조달가능 금액도 감소했다.
또 소유 주식 1주당 2주의 비율로 신주를 무상으로 배정하는 증자도 시행한다. 요약하면 100% 유상증자 및 200% 무상증자를 동시에 발표한 것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300주를 받는 셈이다. 베셀 이사회는 소액주주들에게 2배 무상증자라는 달콤한 유인책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역시 궁여지책이라는 지적이다.
베셀은 현재 총체적인 난국이다. 그중에서도 오너리스크는 베셀을 특히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선 현 경영진이 베셀을 경영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불분명해 보인다. 현재 베셀의 최대주주는 팝콘TV를 운영 중인 THE E&M(이하 더이앤엠)이다. 더이앤엠은 올 2월 베셀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각을 시도했다. 단기간 급성장을 시켜 비싼 값에 파는 것이 아니고, 올 2월에 인수한 가격과 같은 가격에 매각하려고 했다. 투자금 회수(Exit) 기간이 단기인 점, 금액이 같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매각에 실패한 현 상황을 타계할 다른 방법으로 유·무증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장기 계획 없는 자금 활용 방식
유상증자 자금 활용 방식에서도 현 최대주주 측의 경영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베셀의 유상증자 공시는 유증 이후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 방향이 담겨 있지 않다. 공시에 따르면 베셀은 자금 유입 시 우선 103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조달 가능 금액이 줄어든 탓에 예상 적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워졌다. 9월 15일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조달한 금액 중 145억원을 예상 적자를 감당하는데 쓸 예정이었다.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향후 성장 계획은 없다. 지금까지의 빚을 갚고 내년 예상 적자를 메우는데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 ‘모든’ 등기이사, 디스플레이 제조와 무관… 하반기 수주 ‘제로’
베셀의 등기 이사진들은 더이앤엠과 겸직 중인데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는 것에 시너지가 적어 보인다. 더이앤엠의 주력 서비스인 팝콘TV는 인터넷 방송이다. 그런데 베셀은 제조업이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으로 업태부터 다르다. 더이앤엠은 소비자와 맞닿아있는 전방 산업인데 반해 베셀은 후방 산업이다. 사업의 골격 자체가 다르다.
아울러 전문성도 의심스럽다. 경영 전반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등기이사진들 중 디스플레이 사업 종사자는 없다. 과거 권현기 대표이사는 조선기자재 제조사를, 신환률 이사는 자동차 부품사 세원을 경영한 이력이 있을 뿐이다. 김태규 이사는 더이앤엠 이외의 주요 경력이 없다. 즉, 단 한 명의 등기이사도 디스플레이 제조업과 연이 없었다.
위기는 수주 잔고부터 시작됐다. 올 3분기 말 수주금액은 101억원이다. 전기 말 대비 추가 수주는 34억여원에 그쳤다. 상반기 말 이후 추가 수주는 없다. 상상인증권은 "베셀의 재무구조가 악화돼 적극적인 수주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면서 "수주잔고의 감소는 향후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유의해야한다"고 주문했다.
◇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베셀
베셀은 21년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고 있다. 21년부터 줄곧 손실이다. 적자가 누적되며 2022년말 잉여금은 사라지고 결손금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올해 손실 폭이 급증했다.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영업손실률이 92%에 달한다. 특히 매출원가율이 128%에 달한다. 100원을 팔면 128원의 제작 비용이 들었다는 의미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계기업이 유력하다. 한계기업이란 통상적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감사도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은 3년 영업손실, 3년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을 이유로 감사를 삼정KPMG에 직권 지정하였다. 금감원은 ‘증선위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 조치, 관리종목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에 직권 지정한다. 당연히 감사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기존 자유수임한 대주회계법인보다 큰 ‘가군’회계법인이다. 실제로 삼정KPMG로 감사인이 변경되고 난 이후 이미 경고음은 냈다. 삼정KPMG가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을 지적한 것이다. 베셀이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상장폐지 가능성 △계속기업의 가정 불확실 △감사의견 부적정 의견 가능성 등을 모두 언급했다. 보수적으로 작성하는 투자설명서 특성상 상장폐지 가능성 등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감사의견 부적정부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3가지를 모두 언급되는 경우는 드물다. 9월에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새로 공시한 7개의 기업 중 3가지가 모두 언급된 기업은 없었다.
상장폐지에 관해서 상상인증권은 "비록 증권 신고서 작성 기준일을 기준으로는 해당사항이 없으나, 앞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등의 사정 변경이 발생할 경우 ‘코스닥시장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주요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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