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올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자금줄이 막힌 상장사 최대주주들이 자신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맡겨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출이 변제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잃고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커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 건수는 9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43건, 지난 2021년 44건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은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계약이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담보로 잡힌 주식의 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 이때 대규모 반대 매매 및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발생한다.
특히 계속된 고금리 상황으로 각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이 여의치 않자 올해 유난히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이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주식 담보제공 계약 사례도 몇몇 보였지만, 올해 발생한 97건의 계약 모두 코스닥 기업에서 발생했다.
보유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맡긴 최대주주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달 14일 탑코미디어의 최대주주 탑코 역시 보유 지분 29.84%를 모두 담보로 맡겨 하나은행과 하나저축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계약체결 당시 탑코미디어 지분 가치는 120억원에 달하고, 담보제공 기간 종료일은 내년 12월 18일이다. 즉 향후 탑코미디어의 주식이 20%가량 하락하거나, 내년 12월 18일이 도래했음에도 차입금을 갚지 못할 경우 탑코미디어의 소유주는 바뀔 우려가 생겼다.
실제로 이 주식 담보제공 대출 계약이 반대매매로 이어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테라사이언스의 경우 최대주주 씨디에스홀딩스가 보유주식 전량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했는데, 지난 8월경 주가 하락기에 이를 변제하지 못해 담보권이 실행된 바 있다. 당시 반대매매 영향으로 테라사이언스 주가는 8월 17일 하루에만 16.64% 감소했고, 씨디에스홀딩스의 보유지분은 11.61%에서 6.47%로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주식담보계약에 의해 지배권을 잃지 않기 위해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코스닥 상장사 피버나인의 경우 최대주주 이제훈 대표가 보유지분 20.98% 중 18.84%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었다. 해당 계약의 만기는 원래 이달 18일이었으나, 최근 이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이 담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어,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 상실 및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잔존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담보기한을 넘기거나 주식이 하락한다고 해서 곧장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주식 담보대출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금사정이 극히 좋지 않다는 의미며, 업황이 극적으로 호전되지 않는 한 반대매매를 염두에 두고 해당 상장사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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