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는다.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받고 있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워크아웃 개시 조건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투표를 진행하고, 12일 오전 결과를 발표한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채권단과 자구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과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일부인 890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태영그룹은 지난 8일 논란이 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이후 계열사 자금조달 등 추가 자구안도 발표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오너가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해 채권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워크아웃이 시작된 만큼 채권단 주도의 태영건설의 사업·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진행될 계획이다.
채권단은 최대 4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 기간 회계법인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를 실시한다.
태영건설은 조직·인원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기업개선계획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한다.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건설업과 금융 전반에 확대될 수 있는 충격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 기업계선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의 인건비와 공사비 등 기업 운영자금은 태영건설이 확보해야 한다. 채권단은 실사 기간 상거래 채권 변제,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필요한 자금이 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해졌다.
숨겨졌던 채무가 실사 중 발견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사 과정 중 태영그룹이 자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채무가 지나치게 많으면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돼 협력사와 수분양자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