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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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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에너지 관련 법안 줄줄이 국회 통과…사용후핵연료는 사실상 무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15 14:28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외친 ‘원전 확대’ 사실상 공염불 그쳐



사용후핵연료 법안 국회통과 추진했지만 상임위 문턱서 좌절



국민의힘·원전업계 "민주당 일방적 거부, 산업부도 미온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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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됐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사용후핵연료 특별법)’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을 처지에 놓였다. 자원안보특별법, 전기사업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등 에너지현안 문제를 풀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일제히 제정된 것과 상반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번 법안이 결국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에는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에 다른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여야간 이견이 있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를 특별법에 포함시키기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법안 처리에 힘이 실렸었다.

하지만 야당측의 반대로 끝낸 법안 처리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특별법 발의한 참여한 한 여당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독소조항(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에 다른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받겠다고 했음에도 민주당은 상임위 통과를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통과시켜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산업부도 다른 법안은 적극 통과시키면서 이 법안에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정부 좋은 일을 시켜줄 리 없다"며 "이제 총선 국면이라 상임위부터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용산에서도 총선에 부정적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관심한 눈치다. 진작 서둘렀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총선 이후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이 다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번에 법안 통과가 불발되고 내년 총선까지 여당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이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구미시을)은 최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가 차일 피일 미뤄져 법안 자체가 무산될 위기"라며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범진 원자력학회 회장도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이 잘못됐다고 비판만 했을 뿐 원전 확대와 수출 성사를 위한 실질적 제반 사항 조치 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은 법안이 없어도 신규원전 건설은 가능하다. 다만 포화가 임박한 한빛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아니면 기존 원자력안전법을 일부 수정해 신규 원전 부지내 저장소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여러 현안 중 특히 송전망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22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정책이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도 끝없이 부담을 떠미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2년간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며 성과도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UAE 원전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이집트, 루마니아에 이어 폴란드, 체코 등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원전이 세계 수출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EU 및 K-택소노미 요구조건 중 하나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40년 동안 총 9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고준위방폐물 처분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뒤집혔던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으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회적 수용성이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 산자위에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3건(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발의돼 심의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7번의 법안심의가 진행됐으나 논의조차 되지 못했거나 차일 피일 미뤄지고 네 탓 내 탓 공방으로 법안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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