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어랩스 CI
코스닥 상장법인 케어랩스가 과거 사옥으로 사용하던 부동산을 매각하려다가 결국 실패하면서 최대주주인 원익홀딩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익홀딩스가 케어랩스를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치르며 인수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주요 계약마저 파기됐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케어랩스는 지난 2022년 결의한 유형자산양도결정을 지난 14일 철회했다.
사유는 계약 상대방인 화인유통이 약속했던 날짜까지 잔금을 납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케어랩스는 지난 2022년 4월 29일 화인유통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95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케어랩스의 당시 자산기준 47.83%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대상 부동산은 당시 케어랩스타워라는 이름의 빌딩과 토지다. 케어랩스는 해당 부동산을 사옥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매각 계약 이후 인근 S타워로 본점소재지를 변경했다.
당시 케어랩스는 누적 손실로 유동성에 문제를 겪던 상황이다. 주가도 연초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사옥 매각은 호재였지만 계약 발표 이후 주가는 잠시 반등한 뒤 떨어졌다. 시장이 해당 계약의 진정성을 믿지 않은 것이다.
계약 상대방인 화인유통의 규모가 9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수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 알리지면서다. 2021년 기준 화인유통은 자산규모 146억원에 연 매출 143억원, 보유현금은 약 3억원에 불과한 곳이다.
실제로 계약 당시 계약금 30억원은 입금받았지만 잔금 납입 일정은 수차례 연기됐다. 총 4번의 연기 끝에 이번에 결국 납입이 불발되면서 계약이 파기된 것이다. 계약금 30억원은 케어랩스에 귀속된다.
결국 해당 계약의 효과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아니라 회사의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에 사용된 모양새다. 해당 부동산 계약 이후 케어랩스의 최대주주가 시티랩스에서 원익홀딩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해당 부동산 계약의 진성 여부가 더욱 의심스럽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티랩스 입장에서는 920억원의 입금을 코앞에 두고 회사의 지분을 다른 곳으로 팔아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공시 기준 잔금 납입일은 2022년 11월 30일이었으며,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계약 체결일은 하루 전인 11월 29일이었다.
당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익홀딩스는 총 647억원을 들여 케어랩스의 지분 23.27%를 인수했다. 당시 주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을 66% 이상 얹어준 계약이었다. 원익홀딩스도 당시 현금이 없어 지분인수대금을 금융권에서 차입해 냈다.
결국 계약 철회로 원익홀딩스 입장에서는 케어랩스 인수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 업체인 원익홀딩스가 의료 서비스 업체인 케어랩스를 인수해 얻을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원익홀딩스 주주는 “시티랩스 측이 케어랩스의 매각을 위해 몸값 올리기용 계약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며 “결국 사업적으로 의미 없는 기업인수에 큰돈을 사용하며 회사의 부담만 키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