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참여 기업이 저조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기획의 부실을 우려해 왔다. 실제 이번 발표에서 세제혜택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들이 빠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금융위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을 경우 세제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만큼, 채찍보다 당근을 통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층 더 강한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는 반드시 도입돼야 하며, 영역을 확장해 상속세 감면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2일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8.41포인트(-0.31%) 하락한 2683.65를, 코스닥은 1.45포인트(-0.17%) 밀린 867.48로 장을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상목 경제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당, 법인세 세액 공제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언급 이후 금융 업종을 비롯한 저PBR주가 급반등했다"면서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2차 세미나에서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만큼 시장에 영향을 줄 임팩트가 없었다는 얘기다.
자율성 강조에 '방점'
금융위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핵심특징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특히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때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을 목차로 제시했다. 기업의 현황 진단부터 목표와 진행상황 등을 기업 스스로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비협조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수기업에 대해 세제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적극적·실질적인 계획을 수립·이행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인센티브로 세제 지원방안인 △배당·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 완화 △배당확대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한 만큼, 빠른 지원안이 나와야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반드시 도입 돼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달 21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하겠다"면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는 배당·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면 최고 세율 45%에 이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배당을 늘려온 기업에 투자자들이 유입이 이뤄질 뿐 아니라 그간 배당을 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배당에 나설 것으로 봤다. 우선 투자자 유입이다. 은행주들은 그간 높은 배당정책에도 주가는 제자리를 유지해왔는데 그만큼 배당소득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 유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그간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들도 배당에 나설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제 대주주라 해도 본인 수중에 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주주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적극 배당을 추진하게 돼 배당기업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 감면 논의도 본격화 돼야
상속세 감면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는 워싱턴DC에서 상속세 완화와 관련해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낀 바 있다.
이에 한 전업 투자자는 “한국인의 특성상 기업을 남에게 넘겨주기보다 자녀에게 상속하는 걸 선호한다. 주가가 낮아야 상속이 용이한 만큼 주가를 억누르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보다 한국 주식시장의 난이도가 더 높은 상황에서 세제혜택과 관련된 인센티브는 더욱 확대돼야 해외 주식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시장의 밸류업을 위한다면 상속세 완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