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부총리급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 수석 신설이 추진되면서 관련 정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
특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추진돼온 저출산 관련 예산 편성 및 집행과 실효성 없는 백화점식 정책들이 전면 재조정의 수술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 2월 상근 부총리급 부위원장 임명 및 조직 확대 등 격상에도 정책 집행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위원회 조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한 저출생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엔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3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대통령실은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정부 부처 및 대통령실 수석 신설 작업을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출생수석실 설치 준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저고위 위원장은 대통령이며 실무를 책임지는 부위원장은 장관급이 맡아왔다. 지난 3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 법령과 규칙 전반을 인구 정책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법령 해석과 입안의 최종 검토기관인 법체저장을 저고위 정부위원에 새롭게 포함했다.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법체저장 등 8개 부처장이 저고위 정부위원이 됐다.
아울러 법제처 차장을 저고위 운영위원회 위원에 포함해 안건을 사전에 검토·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저고위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제한된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위원회의 특성상 조직 및 기능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새롭게 신설되는 저출생부 장관은 부총리급의 상근직으로 사회부총리를 겸임할 방침이다.
복지부, 법무부, 기재부, 저고위, 여가부 등 각 부처 유관 부서의 기능·조직이 이관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부처를 신설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이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를 관할할 부처 신설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으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으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약속했고 민주당 역시 저출생 관련 정책 수립·집행을 위한 인기위기대응부(가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민주당이 원칙적으로 전향적 반응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여야가 조만간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여야가 합의하는 실행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야 간 이견이 없다면 이르면 6월 임시국회를 열어 관련 입법 처리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저출생부 신설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에 연동되는 방안에는 부정적이어서 향후 논의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 교수는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중요한 환경변화이자 도전과제"라면서 “중장기 차원에서 종합적인 미래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조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처·청에 분산된 인구정책을 통합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장관급 조직이 바람직하다"며 “부총리급 조직으로 신설해 인구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