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시 재량지출 증가율을 '제로'로 묶어두는 기조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 재원은 부처별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고정적으로 지출이 발생하는 의무지출이 내년부터 해마다 20조원대 불어나는 구조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런 원칙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분은 사실상 의무지출 증가분으로만 채워지게 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공개 회의에서 의무지출이 큰 폭 증가하는 빠듯한 재정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처별로 기존 재량지출 범위 내에서 신규 사업비를 충당하는 '선(先) 구조조정, 후(後) 신규 배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재량지출을 늘릴 여력이 없다"며 “각 부처에서 신규 예산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도 “기존 사업예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찾아내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거듭 강조됐다"고 전했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정부가 필요할 때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2023~2027년 재정운용계획상 의무지출은 올해 347조4000억원에서 내년 373조3000억원으로 약 26조원 증가한다. 2026년에는 394조원, 2027년 413조5000억원으로 각각 20조6000억원, 19조5000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의무지출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전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2.9%에서 2027년에는 56.1%까지 치솟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가부채 증가 없이 신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은 재량지출 구조조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재정당국의 판단이다.
2년 연속으로 20조원대 규모로 진행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이번에는 한층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의무지출 손질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급격한 저출생으로 예산이 남아돌고 있는 교육재정교부금의 칸막이를 허무는 작업이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국가재정전략회의 '재정혁신' 세션에서 교육재정이 테이블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법률 개정 사항으로 야당과 교육계 입장까지 두루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차원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