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윤수현

ysh@ekn.kr

윤수현기자 기사모음




尹대통령, 국무회의 한 달 넘게 불참…공직 이완·정책 혼선 손놓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1 16:27

총선 패배 후 공직사회 어수선 속 각종 행사 참석 등 이유로 5주 연속 불참

총리가 잇따라 대신 주재했으나 사의 밝힌 상황서 공직기강 잡히기 어려워

현장의견수렴, 고위당정대·당정협의 등 건너뛰고 국무회의서도 점검 못해


합장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축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에게 합장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 이후 공직사회의 이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무회의에 한 달 넘게 불참했다.


국무회의는 회의 의장인 대통령과 정부의 각료들이 모여 매주 화요일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 기관으로 국정 현안들을 논의하고 법안 등을 의결하는 기구다. 대통령은 이 자리를 통해 공직사회의 기강을 점검하기도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잇단 불참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솔솔 나온다. 그 단적인 예로 최근 불거진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 철회로 정책 혼선을 빚은 게 꼽힌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불참이 길어지면 공직기강 해이 및 정책 혼선 등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4·10 총선 패배 다음 주인 지난 달 16일 참석 이후 5주 연속 국무회의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도 총리 주재 순서일 뿐만 아니라 채 상병 특검법안 재의요구(거부권) 건의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여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달 들어 국무회의가 열린 지난 14일엔 민생토론회를 주재했고 7일엔 민정수석실 부활을 직접 발표했다. 지난달에도 국무회의 개최일인 30일엔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23일에는 루마니아 대통령의 공식 방한 행사에 참석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통상 국무총리와 번갈아가며 격주로 주재하는데, 윤 대통령이 최근 각종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면서 한덕수 총리가 불가피하게 5주 연속 주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선 이후 '레임덕'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혼선 등이 나타나자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잇단 국무회의 불참이 원인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 혼선에 대해 성태윤 정책실장이 뒤늦게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 혼란과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관련 사전 보고받지 못했지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당정협의 및 현장 의견수렴 등을 충분히 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도 사의 표명을 한 뒤 후임자 지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면서 공직 사회의 이완을 부채질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해외 직구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의무화 정책을 발표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당정 협의를 거치지 않고, 현장 여론 수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권 국정운영의 3대 축인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 등 당정대 핵심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까지 개최했으나 해외 직구 정책에 대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해외 직구 문제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자 앞으로 국민 생활에 파급력이 큰 부처 정책의 경우 발표에 앞서 대통령실이 직접 사전 점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자체적으로 힘을 실어 추진하는 정책 외에 개별 부처 정책 발표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정책실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정책 수요자인 국민 반응까지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실무 당정 협의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14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TF를 꾸려 해외 직구 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국민 여론이 악화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TF에 참여하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정책 발표 전 관련 보고를 따로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정책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