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이번이 6번째이고 법안으로는 10건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건의안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이번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검사 추천 방식 등 내용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내용적으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함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2일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강력히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은 헌법 정신과 특검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 수사 후 특검'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재표결이 이뤄질 본회의를 앞두고 표계산에 집중하고 있다.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인 197명 이상이 찬성 요건이다. 재의결되면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현재 범야권 의석은 180석, 범야권 의석은 115석으로, 여권에서 17석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특검법은 통과된다.국민의힘 내부에서 17명 이상 이탈자가 나오지 않는 한 폐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행정부는 입법부의 입법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특검법안은 의결 과정이나 특별 검사의 추천 방식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국회의 입법권이 우리 헌법이 정하는 기본 원칙에 반한다면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 내에서 의견을 개진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새로운미래·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6당과 시민단체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대국민 전쟁 선포'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며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며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가차 없이 걷어찬 윤석열 정권, 확실하게 심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에도 한도가 있다. 공적 권한은 공익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며 “사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을 비롯한 야7당은 오는 25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