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강화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성 평가가 첫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착륙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부실사업장을 나누는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오히려 줄도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부동산 PF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가 실시돼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다. 금융회사는 7월 초까지 사업장별로 사업성 평가를 마무리해야 한다.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악화우려 등급을 세분화했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또는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부실우려 사업장은 경공매 처리하도록 한다.
PF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준공예정일 이후 18개월이 지났을 때 분양률이 50% 미만이면 '부실우려'로 분류해야 한다.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 판정을 받은 사업장은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유도한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 '부실우려' 판정을 받은 사업장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통한 매각 수순을 밟는다.
건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 연장 횟수, 분양률 등 단순 계량 지표로만 사업성을 평가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획일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형 건설사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한 지역 중소형 건설사들은 생존 경쟁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의, 부실 우려 등급을 받아 경공매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 부실 사업장이 급증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PF 대출 잔액이 230조원에 달하는데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정책자금이 크지 않아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PF 연체 상황이라도 아파트와 비아파트, 복합개발 등 현장마다 사정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어떤 PF 사업장은 금융회사들이 9개월 주기로 만기를 연장해 준 반면 수수료를 많이 떼기 위해 3개월 단위로 연장해 준 곳도 있는데, 횟수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판단한다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책임을 모두 시행사에게로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착륙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PF방안이 오히려 줄도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정부는 합리적인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단순히 만기연장 횟수 등으로만 획일적으로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사업성 평가시 한개 지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란 방침이다. 사업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외 평가가 가능하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PF 대책은 시장을 활성화는 방안을 마련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악성 미분양 등을 해소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며 “지방 악성 미분양 등을 해소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