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4월 이후 하락하면서 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이탈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완성도 저하, 노동조합의 파업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데까지는 박스권을 맴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4.90% 하락했다. 앞서 지난 4월4일 8만5300원을 기록하면서 9만원대 돌파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삼성전자가 7만원~8만원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수급 이탈' 영향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초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했지만, 5월 한달간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 외국인은 5월 한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2조5810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5월 외국인 순매도 1위의 기록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2조1118억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2.99% 올랐지만, 상승 추세로 전환하긴 어렵단 평가다. 삼성전자의 주가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HBM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HBM 최대 납품처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단 소식에 투자 심리도 악화한 상태다. 로이터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를 겪고 있다"며 “4월 삼성전자의 8단·12단 HBM3E(5세대 HBM)가 엔비디아 테스트에 실패했다"고 보도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다수의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HBM3E의 고객사향 퀄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횡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결과에 따라 내년 일반 레거시 수요 회복세 이상의 실적 및 수익성 개선 여부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HBM 부문의 경쟁력 회복 기대감이 약화하면서 수급 이탈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무엇보다 HBM3 이상 제품의 출하가 본격화해 HBM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엔 부담이다. 미국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엔 부족하단 분석이다. 미국의 4월 PCE 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물가 향방을 확인하는 지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 주가는 창사 이래 첫 노조 파업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급격한 반등보다는 천천히 주가가 상승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조의 파업 이슈보다는 엔비디아의 HBM 결정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 중 하나인 만큼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론 어려울 수 있지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의 HBM3에 수급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하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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