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5일로 잠정 확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룰의 윤곽이 잡힌 가운데 주요 당권 주자들이 속속 몸풀기에 나섰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까지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대 의원 중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은 각자 정책 상징성을 부각하는 1호 법안을 발의하거나, 주요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다음달 25일 전 차기 당대표 선출 작업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오는 12일까지 전대 룰과 지도체제 전환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특히 핵심 사안인 당대표 경선 룰은 현행 '당원투표 100%' 규정을 고쳐 '민심'(일반 국민 여론조사)을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전대가 한 달 반 가량 남은 상황에서 차기 당권 주자들은 정책과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한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등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부쩍 많이 내놓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사실상 페이스북 정치에 본격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 부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 판결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고 저격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를 추모하는 내용의 동화책 제작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소개한 지 4시간 30여분만에 후원액은 8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위원장은 앞서 지구당 부활론을 꺼내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대립하며 관련 정치권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아무리 방해를 해도 한동훈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것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실에서 한 전 위원장을 낙마시키려고 하겠지만 (총선 참패로 인한) 레임덕에 빠져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 전당대회처럼 대통령 뜻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나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 해법을 담은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나 의원이 꾸준히 주장해온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개정안은 신혼부부가 2억원 이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주택자금을 연 1% 이내의 초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가 신혼부부가 출산한 자녀의 수에 따라 대출금의 이자와 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담았다.
나 의원은 국회 원 구성 협상, 지구당 부활 등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선이 끝난 후 당내 여성 의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도 서울 시내 모처에서 당내 여성들과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의원도 1호 법안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안전한 AI 기술 이용을 위한 신뢰 기반 조성 시책 마련 △AI 기술 개발 및 AI 산업의 진흥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해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각종 시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안 의원은 “AI 기술은 대량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향상하는 기계학습에 기반하고 있어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지니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의 통제수준을 넘어 악용될 가능성이 커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지역정치활성화법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정당의 최소 지역당 수, 지역당의 법정 당원 수, 법정 지역당 수 규정 등이 담겼다. 또 지역당 후원회의 연간 모금 및 기부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발의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보의 성지, 호남이 보는 보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